2026. 3. 21
친구들과 오랫만에 떠나는 여행입니다. 각자 옆지기들을 대동하고서 말이죠.
모처럼 의기투합해서 가게 된 이 여행은 사실 코로나 이전에 계획했다가 무산된 것이었습니다.
여나믄명 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큰 관광버스를 이용해서 밤 0시에 강릉을 출발합니다.

청산도행 배편은 8시 30분. 이 배를 타려고 밤새 잠 한숨 못자고 달려온 거 였죠.
7시에 완도 도착하면서 바로 아침식사를 하고, 완도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08시.

이른 시각이라 대합실은 텅 비었습니다. 성미가 급한 승객 서너명이 아침 일찍부터 매표소 앞을 서성입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말(言語)로만 듣던 청산도를 조금이라도 빨리 가 보고 싶은가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승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혹시라도 뱃멀미를 할까 염려되어 멀미약도 마셔보고,

함께 건너가지 못하는 버스기사는 주의사항들을 알려줍니다. 주의사항이라기 보다는 참고로 알아두면 좋을 그런 내용들이죠.

'도착을 하면 가이드가 마중을 나올 꺼에요. 25인승 버스도 기다리고 있을꺼구요, 점심시간에는 맛있는 걸 드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15시에 배를 타세요.'

청산도는 처음이라 아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초 계획은 대형버스를 갖고 건너가려고 했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작은 섬이라 도로도 넓지않을 것 같아, 큰 차가 통행하기엔 좁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청산도에는 섬 일주투어버스가 있고, 관광을 위한 택시도 있고, 25인승 관광버스가 있으니까 그걸 이용하는 게 더 낳을꺼라는 여행사의 조언도 있었구요.
무엇보다도 한숨도 못 자고 달려 온 버스기사의 수면부족을 생각하면, 같이 가는 건 안되겠드군요. 그래서 우리끼리만 건너 갑니다.

개찰구를 나와, 이 통로를 지나서 선착장으로 갑니다.

청산농협에서 운영하는 '청산 아일랜드호'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배웅나온 버스기사는 기념사진을 찍어줍니다.
언제 우리들이 여기를 또 올까 싶어, 그래서 찍어보는 사진입니다.

두근 두근 설렘으로 가득한 가슴으로 배에 오릅니다.

갑판에는 이미 某 산악회의 대형버스, 소형버스, 트럭등이 도선준비를 마쳤습니다.


발 빠른 친구는 재빨리 승선해서 우리를 찍고 있구요.

50분간 배를 타고 가므로 뱃멀미 걱정을 해야 하건만, 청산도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두들 함박꽃같은 웃음을 날리며 환한 표정으로 승선합니다.

마음은 진작부터 무장해제 되었고,

그러면서 풍선처럼 한껏 부풀었습니다.

청산 아일랜드호는 1,2,3개의 선실이 있습니다. 1,3여객실은 넓은 마루바닥, 2여객실은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갑니다.
자리는 정해진 게 아니므로 맘에 드는 곳 어디에서나 편하게 앉아서 가면 됩니다.


2선실에 자리잡고 앉은 것도 잠시

선실 바깥으로 나갑니다.

점차 멀어지는 완도항

이 배는 여객선이라 車輛(차량)을 실어야 하므로, 일반 배 들처럼 선수(船首, 앞부분)가 높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배의 형태였다면, 사람들은 너도 나도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같은 포즈를 취했을 테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좀이 쑤셔서, 배를 한바퀴 돌아봅니다.

제1여객실을 들여다 보자, 승객들은 저 마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거나, 밀린 얘기들을 나누고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해서, 멀미하는 사람하나 없습니다. 괜히 멀미약을 먹었네요.

선미(船尾)까지 갔지만, 갈매기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배를 타면 새우깡으로 갈매기들을 불러 모으는 재미도 쏠쏠한데, 갈매기가 없으니 매점도 보이질 않습니다.

화장실은 남녀가 다른 위치에 분리되어 있더군요.

'비상구' 라기에 내려가 보니, 차량을 선적한 갑판이 나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다시마 양식장.
겨울철엔 미역 양식장이랍니다. 완도 특산물은 전복입니다. 전복은 완도군에서 80~90% 가량 생산과 유통을 한다고 하죠.
전복의 먹이인 미역과 다시마를 바로 조달할 수 있는 곳이 이곳 뿐이어서 그렇다는 군요.
완도를 가면 각 섬마다 어민들이 건강한 전복을 기르기 위해, 아침부터 조업에 온 힘을 다 쏟아붓습니다.

완도군 14개 섬에 분포한 전복 漁家는 총 2,800여 곳에 달한다고 해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에서 최고급으로 꼽히는 품종을 키우고 있는데, 완도에는 아시아 최초로 지속가능양식(ASC) 인증을 받은 양식장도 있답니다. 환경을 해치지 않고 깨끗하게 전복을 키운다는 국제인증을 획득한 것이라 해요. 완도 어민들이 이루어 낸 자랑스러운 賞입니다.

전복은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를 주식으로 먹습니다. 전복 1kg을 키우는 데는 해조류가 20kg 정도 필요하다고 해요.
그리고 전복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많이 먹지만 봄철, 산란기 직전인 이 때가 제일 맛있는 시기랍니다 .

검은색으로 보이는 저 곳은 전복 양식장입니다.
전복은 치패장(稚貝場)에서 1년, 저기 격자로 된 양식장에서 2년 정도 미역과 다시마를 먹으며 성패(成貝)가 됩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다시마 양식장

가까이 당겨보니 그림같이 예쁩니다.

섬이 가까워져 옵니다.


가는 듯, 가지 않는 듯 잔잔하고 푸른 바다를 가르며 여객선은 청산도를 향해 나아가고

靑山이라는 섬, 청산도가 손에 닿을 듯 가까워졌습니다.

하늘도 파랗고 섬도 파랗고 바다도 파란 청산도는 완도에서 19.2km 거리에 있습니다.

도척항에 도착을 하고, 下船을 합니다.

청산도 현지가이드는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착장에는 느림을 상징하는 달팽이 조형물이 우리를 맞아 줍니다.

청산도의 상징조형물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가자'는 우리들의 말에 '역광이라서 사진이 안 나온다'는 말 한마디하고는, 더 이상 말 붙일 사이도 없이 관광버스로 데리고 가는 가이드.

우리들이 탈 관광버스는, 항구 주변으로 줄지어 있는 음식점들앞에 서 있었습니다.

관광버스에 승차를 하고, 도척항에서 제일 가까이에 있는 서편제 영화 촬영지로 이동합니다.

네모난 컨테이너 '문화관광 해설사의 집' 앞에서 하차를 하고, 영화 '서편제' 촬영지로 갑니다.

4월 중순이면 유채꽃이 노랗게 피어 아름답겠지만 지금은 3월 중순이라, 유채꽃은 이제 피어 날려고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4월이면 슬로우 걷기 축제를 하는, 청산도의 올해 'Slow 걷기 축제'는 4월 1일부터 말까지 한다고 해요.

자연경관이 아름다워서 '청산여수(靑山麗水)'라 불리우고, 신선들이 노닐 정도로 아름답다 하여 '선산(仙山)', '선원(仙源')이라 부르기도 하는 청산도.
푸른 바다, 푸른 산, 구들장논, 돌담장, 해녀 등 느림의 풍경과 섬 고유의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청산도는, 그 가치를 세계에서 인정받았으며, 1981년 12월 23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 12월 1일엔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선정되었답니다.

청산도 슬로길은 주민들의 마을과 마을로 이어지던 길이,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발걸음이 절로 느려진다고 슬로길이라 한대요.
이 길은 2010년, 전체 길이 42.195km에 달하는 11코스(17개 구간)가 조성되었다고도 합니다.
길이 있는 풍경과 길에 얽힌 이야기, 길에 사는 사람이 어우러져 거닐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며, '세계 슬로길 1호'로 지정된 아름다운 길이라고 하죠.


이 마을은 당리(堂里)이며, 슬로길 1코스입니다.
당집 옆에 고분이 있는데, 이 고분은 삼국시대 이래 사회적 지위나 신분이 높았던 지배층의 무덤이라고 합니다.
2023년에 발굴조사 결과 수혈식석곽(竪穴式石槨)이 매장시설인 분구묘로 확인되었는데, 길이 1.2m의 대형 철 칼, 철 화살촉, 철 도끼, 철 낫 등 62점의 무기류가 출토되었답니다. 고분 형태와 출토된 유물 등을 보면 A.D 5세기 중 마한(馬韓) 후반대의 유적으로 추정한다고 해요.

우리를 안내하는 사람은 섬의 풍습과 문화와 자연에 대해서는 관심없고, 오로지 '서편제'만이 중요해 보입니다.

영화 서편제에 대한 안내게시판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그 옆 유채밭 길에서 마을을 봅니다. 마을에 있는 집 들 중 한채 있는 '초가집'에서 서편제를 촬영했다고 해요.

줌으로 당겨 봤습니다. '초가집'을 찾으셨나요? 중앙 하단의 파란 함석집과 주황색 지붕사이 태양광시설을 한 곳에 초가집이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둘러보면 좋을텐데, 그럴 시간은 아예 없습니다. 멀리서 어렵게 찾아 온 청산도인데 당리 고분에 대한 설명도 없고, 길 옆의 흉상에 대한 얘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영화를 촬영한 초가집도 이렇게 멀찍이서 겨우 찾아내어 봅니다.


안내판 인근의 서편제 길에 당도합니다.




달팽이 조형물 뒷편 오른쪽에 보이는 길이, '송화'와 '유봉'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던 바로 그 길입니다. 함께 이동하면 좋을텐데, 혼자 앞장서서 가는 안내원.






영화에서는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실상은 420m 정도의 짧은 길이라는, 슬로시티 조형물앞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는 영화속의 그 길로 갑니다.
이럴때는 어깨꿈을 덩실 추며 진도아리랑 한자락을 부르면서 가면 더 흥이 나고 즐거울텐데, 안내원을 따라 가기 바쁩니다.

관광버스를 이용하면 현지가이드가 반드시 탑승을 한다기에, 섬의 명소들을 둘러보면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 섬을 이해하는데 좋겠다는 생각과, 우리가 오후에 청산도를 떠날 때 까지 4시간 가량을 섬 구석 구석을 돌아볼 수 있어 좋다고 [관광버스와 가이드] 를 선택했었는데, 섬에 도착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건 잘못 결정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환버스를 타면 승차권 하나로 원하는 장소에서 하차하고, 다시 승차하여 다른 장소로 갈 수 있는 섬 일주 순환버스(대인 5,000원, 소인 3,000원)를 이용했더라면,
아니면 대인 7,000원, 소인 5,000원의 하루에 3번 운행하는 투어버스를 선택했다면 완도군에서 교육한 문화관광해설사가 설명을 해 주는 청산도의 자연과, 역사적인 사실들을 제대로 들을 수 있을텐데,
그도 아니면 청산도 명소마다 기사가 설명을 해주는 택시 관광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2시간 40분 운행, 4인 기준 6만원).

당리 고분을 지날 때에도 아무 설명이 없던 가이드는 '저기 보이는 저 집은 주막집'이라고 알려줍니다. 관광객용으로 지은 주막인데 말이죠.

'주막'이라는 말에 일행 몇몇이 들려보자고 해서, 안내원은 친절하게도 바로 전화예약을 합니다.

돌담 아래엔 수선화가 피고 있습니다.

저 앞에서 설명하는 가이드.
우리는 1회성 관광객에 불과하므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왠지 좀 아쉽고 기대에 미치지 못해 서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님들을 대하는 성실한 태도는 섬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주므로써, 지금의 우리들처럼 꼭 축제때가 아니라도 사람들이 청산도를 찾아 온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어쩌면 그 이는 최선을 다하는 데, 우리 눈에만 건성으로 보이는 걸까요?.

눈앞에 보이는 하얀 건물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장입니다. 그것 뿐입니다.
하기는 뭐, 드라마를 촬영한 장소라는 거 외에는 더 설명해 줄 말이 없긴 합니다.

드라마를 촬영했던 그 집앞으로 갑니다.


'봄의 왈츠' 촬영장소 바로 앞 바닷가쪽으로 초분(草墳)이 있습니다. 물론 이 초분은 실제 사용하는 게 아닌 보여주기 위한 관광용 초분입니다.
청산도에서 초분을 하는 이유는, 부모님을 바로 매장하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랍니다. 다른 이유는 시신의 살점은 추물로 여겼기 때문에 매장을 할 때에는 깨끗한 백골을 묻어야 한다고 생각한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사실은 葬地를 빨리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초분을 했다고 하죠.
초분은 대략 3년 정도 지나면 날을 잡아서 이장을 하는데요,

청산도에서 초분은 1980년대까지도 섬 전체에서 시행되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도락리, 도청리, 당리 등 일부 지역의 밭이나 산 언덕에서 초분을 볼 수 있었다고 해요. 빈소의 연장으로 여겨서 초빈이라고도 하는 이 '초분' 장소는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경작지의 주변에 만드는데, 초분을 만드는 방법은 이렇대요. 먼저 장소를 정하면 땅을 평탄하게 만들고, 굵은 돌을 관 넓이 정도 펴서 깔아놓은 다음 초분에 덮을 짚으로 이엉과 용마름을 만듭니다.
깔아놓은 돌 위에 짚을 깔고, 소나무 가지를 꺾어서 관보다 조금 넓게 펼쳐서 깔아두면 발인 후 관을 산 쪽으로 머리가 향하게 안치하며, 그 위에 다시 소나무 가지와 짚으로 덮고, 이엉으로 관을 감싸 올린 후 용마름을 올려서 초가집 지붕을 올리듯이 새끼줄을 엮어 메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사방으로 돌을 묶는다고 해요.

초분은 금오도 비렁길을 걷다가 본 적이 있었습니다. 청산도 초분과 비교해보면 아주 비슷한 모습이죠?
그때 본 초분도 실제가 아닌, 복원을 한 보여주기 위한 초분이었구요.(위 사진은 '여수 금오도 초분' 사진 임)


아직은 푸르른 저 유채밭에도 4월이 오고 노랗게 꽃이 피면, 청산도는 한폭의 그림이 될 겁니다.

초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일행들.
돌아서면 다 잊어버리겠지만, 이 순간 만큼은 진지하게 경청을 합니다.

바다는 하늘을 닮아 새파란색입니다.

포토존에서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 봅니다.
청산도가 생각날 때면 한번씩 꺼내보려고 사진을 찍습니다.



'봄의 왈츠' 셋트장은 둘러보지도 않고 내려가기 바쁩니다.
오는 길에 예약한 주막집 막걸리와 파전 생각에, 성미 급한 사람들은 내려가버리고.


줌으로 당겨 본 주막집




자리를 뜨기 아쉬워서 찍어보는 사진


가던 길 되돌아와서 찍어도 봅니다.





청산도에 살으리랐다 / 청해 서해식
청산이 어디메뇨, 뱃길로 약 오십분
어디서 배 타나요. 완도항 부두로다
언제나 푸른 섬이요. 청산이 저기로다
시름도 내려놓고 욕망도 내려놓고
청산에 머문 동안 시인이 되려하네.

드라마 배우들인 양 꽃길을 걷습니다.
청산을 떠나와도 마음은 거기 있네.
나비야 청산가자, 갈매기 너도 가자
청산에 내 살리로다. 파도소리 벗 삼아

1993년도의 영화 '서편제'에 대한 짤막한 줄거리
마을 대갓집에서 소리품을 팔던 유봉(김명곤)은 동호(김규철)의 어미인 금산댁을 만나 양딸 송화(오정해)와 함께 살림을 차린다. 금산댁이 아이를 낳다 둘 다 죽고, 유봉은 아이들을 데리고 소리품을 판다. 동호에게는 북을, 송화에게는 소리를 가르치던 중 동호가 생활고와 유봉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떠나자. 유봉은 송화가 자신을 떠날까 봐 또 한편으로는 송화의 소리에 한을 심어주려고 송화의 눈을 멀게 한다.

시력을 잃어가는 송화를 정성스럽게 유봉은 간호를 하지만, 그는 죄책감으로 송화에게 사죄하며 죽어간다. 몇년이 지나고 유봉과 송화를 찾아다니던 동호는 이름도 없는 주막에서 송화를 만난다. 송화에게 판소리를 청하는 동호.
송화는 아버지와 똑 같은 북장단을 치는 사람이 동호임을 알지만.......
하략(下略)

일행들이 주막집으로 가는 동안, 아까 그냥 지나쳐서 궁금했던 흉상이 있는 곳에 왔습니다.
주막집 바로 옆, 김종식 군수 흉상과 그의 업적을 새긴 비석(碑石)이 있드군요.
2013년 7월 3일, 현직 기초자치단체장인 김종식 완도군수의 흉상이 세워졌는데, 이 흉상 제막식엔 김종식 군수가 직접 참석해 "흉상 건립도 해외 토픽감인데 제막식에 군수가 직접 참석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논란이 있었다고 하죠.

김종식 완도군수의 흉상 건립은 청산도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흉상건립추진위원회'가 주도했는데요, 이들이 김 군수의 흉상을 슬로시티 청산도에 세우기로 한 이유는 "낙후되었던 섬 청산도를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인증 받아, 연간 3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대표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공이 컸다"는 것이죠.

그러나 임기를 마치고 퇴직한 후도 아닌, 현직 군수의 흉상을 세우는 일 그리고 자기 흉상 건립을 나서서 막지는 못할 망정 현직 군수가 자기 흉상 세워지는 제막식에 직접 참석해 테이프를 자른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많았다고 합니다.




바다를 내려다 보는 전망좋은 곳에 주막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경치 하나는 아주 그만입니다.
노란 유채꽃이 핀 청산도의 그 멋진 사진들은, 거의 다 여기서 찍은 겁니다.




초가집은 화장실이었죠.
겉보기와는 달리 안은 현대식입니다.

해물파전과 막걸리를 마시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지만 이렇게 여유부릴 때는 아닌데,
'00시까지는 주차장으로 오라'고 하던 모자를 쓴 이도 같이 어울려서, 소화해야 알 일정에 대해서는 잊은 것 같습니다.

이러는 동안 시간은 흘러가서 예정시간보다 지체하게 되고.
이때는 몰랐습니다. 이렇게 노닥거리는 게 우리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좋은 곳에서 막걸리 한잔하고 가는 것도 좋지않느냐'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들은 멀리서 왔습니다. 7~8시간을 걸려 여기를 와서 돌아 볼 곳은 많은데, 이렇게 시간을 엉뚱한데서 허비한다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듭디다.



동백꽃 피어나는 3월의 하루는 포근합니다.
아직은 좀 추운 시기라고 모두 다 따뜻하게 입고 왔는데, 남쪽 지방은 초여름 같은 날씨입니다.



유채꽃이 피려고 봉오리가 부푸는 길을 걸어서,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갑니다.





노란색의 청해관광버스는 25인승이지만, 육지에서의 버스와는 구조가 좀 다릅니다.
버스내부에는 양쪽으로 의자가 있지만, 운전석 바로 뒤에는 물건을 놓을 수 있게 의자 대신 넓은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관광객들의 짐을 놓게끔 했고 가이드가 앞에서 앉을 자리기에 앞 양쪽에 한개씩 있는 의자에 앉으면 몹시 불편합니다.

범바위로 가는 길은 너무도 좁아서 차량들이 교차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간혹 비켜갈 수 있는 곳이 있긴 했지만, 그냥 차 한대가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도로 폭은 좁습니다.

범바위주차장도 그리 넓지는 않습디다.
청계리에서 범바위로 가는 셔틀버스가 왕복 3천원을 받고 운행한다고 하는데, 축제기간이 아니라서 주차장에 셔틀버스는 없었습니다.

주차장에서 범바위까지는 10분 가량 걸어야 하구요. 거리는 280m 랍니다.

뭔가 조금 이상야릇하고 꼬릿꼬릿한 냄새는 이 나무의 꽃향기인데요, 향기는 좀 그렇지만 이 나무들은 섬 공기를 맑게 한다고 하드군요.

주차장에서 범바위로 가는 길에는 조형물과 범바위에 대한 전설등을 새겨놓았습니다.
첫번째 범바위의 전설 - 옛날 이곳에 범이 살았는데, 어느 날 바다를 건너려다 돌로 변했다는 이 전설은 범바위의 형상과 관련이 있으며, 지역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라는 것

두번째는 범유다 삼각지대에 대한 얘기
범바위가 위치한 곳은 범유다 삼각지대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강한 자기장을 띠고 있어 전자기기나 나침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생기복덕(生氣福德)의 범바위에 대한 것.
범바위는 예로부터 기를 받는 장소로도 유명하며, 많은 관람객들은 여기서 기운을 얻고 건강과 행운을 기원한다고 하는데, 바위 자체가 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범바위 가는 길은 한산합니다.
축제기간이라면 이 길은 미어 터지겠죠?


범바위에 왔습니다. 청산도에서는 이 범바위를 꼭 들려봐야 한다고 하죠.
범바위는 氣가 세기로 유명한데요, 세계에서도 유명한 버뮤다 삼각지대나 아이언바텀 사운드처럼, 이곳을 지나는 선박들의 나침반이 제 기능을 하지못해 사고가 많이 발생했던 곳이랍니다. 그래서 범바위의 센 氣를 받으려고 많은 관광객들은 여길 찾는다고 해요.

바위 왼쪽부분을 보면 호랑이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형국이라서 범바위라 하는데, 그렇게 보이는가요?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바람이 불 때면 바위틈을 빠져나가는 소리가 호랑이 울음같다고 범바위라고도 한답니다.


범바위 기념사진도 한 장 찍어 봅니다.




범바위는 청산면 권덕리와 청계리 사이의 보적산(330m)에 있습니다.


범바위가 범을 닮았다는 건.....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그렇게 보이겠지요.




바위 아래 오른쪽 끝으로 길이 있지만 그게 어디로 가는지, 가 볼 여유는 없습니다.



가이드는 슬그머니 내려가 버리고, 우리들은 건물 하나가 눈에 띄어 위로 올라갑니다.


건물 1층은 간단한 물건을 파는 매점입니다.



매점앞에서 내려다 본 범바위

그리고 매점옆으로 올라가는 길 그 끝에는 '작은 범바위'가 있습니다.


매점은 '범바위 전망대'입니다.

줌으로 당긴 작은 범바위

목을 길게 뺀 거북이 형상의 저 섬(?)은 화랑포쪽 모습이라고 해요.


매점 내부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느긋한 시간을 보냅니다.


마냥 노닥거리고 있을 때, 자신이 사진작가라는 매점 주인이 사진을 찍어줍니다.



이제는 주차장으로 가봐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급한 것도 없이 시적 시적 걸어갑니다.

산에는 진달래가 이제 막 피어나고

'가이드는 왜 몇시까지 주차장으로 오라는 말도 없이 내려갔을까' 를 두고 한마디씩 하며 갑니다.

청산도에 오면 들려봐야 할 구들장논과 상서마을 옛담장 그리고 신흥리 해수욕장도 가 볼 생각을 하며 들떠 있는데, 주차장에 왔을 때 돌아온 대답은 시간이 없으니까 구들장논과 상서마을 담장은 '차창으로 보면서 간다' 하고, 버스는 마구 달립니다.

5분 정도만 멈춰서도 좋으련만,
'저게 청보리밭'이고



'저게 구들장논'이라며 가이드는 말하고,
버스는 시간에 쫓기는 듯 마구 마구 내달리고

'청산도에 가면 2시간안에 다 돌아본다'는 여행사의 말에, 우리는 어렵게 시간을 내어 가는 것이니 만큼 제대로 보고 싶다고 잠 안자고 밤새 달려서 아침 08시 30분 배를 탔습니다. 15시 완도행 배를 탈 때까지 섬 전체를 다 돌아 볼 계획으로 25인승 버스를 빌렸던 건데, 지금에 와서 보니 버스는 고작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운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후에는 또 다른 관광객을 태우기로 되어 있더군요. 그 2시간의 임차 가격은 30만원.
가이드는 의무적으로 탑승해야 한다고 해서 가이드에게 지불한 비용은 10만원.

참으로 허탈합니다.
많은 기대를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찾았던 청산도에서 우리가 가 본 건, 서편제 영화촬영지와 범바위뿐.
이건 마치 '눈 뜨고 코 베인 느낌'입니다.

旅行記는 좋은 면만 보고 좋은 얘기만 써야 하죠. 그래야 그걸 본 사람들은 좋은 곳이라고 찾아 오거든요.
그렇지만 청산도에 대한 '다른 이'의 여행기를 봐도 별로 도움될 말도 없어, 그냥 우리들 생각대로 했던 게 너무도 바보같아서, 혹시라도 우리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금 거북스러울 수 도 있는 말을 합니다.

우리를 안내했던 가이드는 그냥 대충 어영부영 시간만 때우는 느낌? 그 정도였습니다.
언제 또 볼 날이 있겠냐만은, 진심으로 관광객들을 생각한다면 한가지라도 더 보여주고, 섬에 대한 많은 얘기와 좋은 이미지를 남겨줘야 하지 않겠냐 하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항구로 돌아오며 달리던 차 안에서, 버스기사는 우리가 있는데도 가이드를 나무라더군요. '멀리서 온 분들을 섬 이곳 저곳을 한군데라도 더 데려 갈 생각도 하지않고, 시간만 때우려했다'고.

차라리 택시관광을 할 걸 후회했습니다. 청산도에서 택시투어를 할 경우 가격은 4인 기준 2시간에 6만 원이며, 최대 8명까지 추가 요금 내고 이용할 수 있다고 합디다. 택시기사는 명소마다 해설을 해 준다고 하니까, 우리처럼 여남은 명의 인원이라면 한번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예약은 필수입니다.
----- 청산개인택시 : 061-552-8747
----- 완도청산택시 : 061-552-8519
솔직히 말하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가이드가 동행한다면 더 좋을 줄 았았습니다.
그리고 25인승 관광버스를 빌리면 몇시간 동안 타고 다닐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생각했던 것 같지 않아 하나도 만족스러운 건 없었습니다.
25명 이하의 인원이라면, 순환버스나 투어버스 또는 택시투어 중에서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게 좋을지 깊이 생각해보고, 그 중에서 한가지를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달리는 버스차창으로만 본 구들장논과 상서마을 돌담길에 대한 아쉬움이 큽니다.
(위 사진은 구들장논과 아무 상관없는, 도척항으로 가면서 창밖에 보이는 사진을 찍은 것임)
가이드는 상서마을 돌담길에 대해서도, 구들장논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었습니다.
청산도 구들장논은 2014년 4월에,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호이자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었답니다.
이 구들장논은 섬이라는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애쓴 결과인데요, 비가 와도 금방 물이 빠지는 자갈땅이다 보니 농민들은 지게로 돌을 져다 기단을 쌓고, 그 위에 흙을 깔아 인공적인 구들장논을 만들었으며, 단 한 뼘의 농토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통수로’같은 독특한 수리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합니다.

청산도 구들장논은 16세기 말 함양 박씨, 청주 한씨가 최초로 섬에 들어와 구들장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며, 20세기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조성되어 왔다고 해요. 구들장논은 섬의 특성상 급한 경사, 돌이 많아 물빠짐이 심한 사질토양, 토심이 얕아 작물을 재배하기가 적합하지 않는 등 물을 이용한 수전농업에 불리한 자연환경에서 만들어졌는데요,

경사지에 암석으로 기단을 쌓고 그 위에 자갈층을 깔고 토양층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계단식 논을 만들었다고 하죠. 토양층과 자갈층 사이에는 얕은 토심과 사질토를 극복하려고 구들장을 만들고 흙을 다져쌓아서 물 빠짐을 최소화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뼘의 농토라도 확보할려고 水路를 논 아래에 두고,논둑을 수직으로 만들면서 폭을 좁게 했다고 해요.


청산도 투어버스가 앞에서 가고 있네요.
청산도 투어버스는 좌석제로 2시간 10분 가량 순환도로를 한바퀴 돌면서 서편제 40분, 범바위 25분, 상서마을 돌담에서 10여분 정차하는 등 청산도 2~3곳을 하차하여 구경하고는 출발지인 도척항으로 돌아온다고 합디다. 요금은 1인당 1만원이라 하드군요.
이게 더 실속이 있는 것이었거늘, 뒤늦게 후회합니다.

버스는 우리를 청산항(도척항)에 내려주고 바삐 가버렸습니다.
그 시각은 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해서 우리들은 항구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바다를 끼고 사는 우리들이기에 생선회는 생략하고, 전복요리도 생산지인 완도에서 먹는게 좋으니까, 우리지역에서 먹을 수 없는 색다른 걸 먹자고 고른 메뉴 '해초비빔밥'을 시켰는데, 바다에서 뜯어온 그대로의 해초류들은 너무도 딱딱해서 나무를 씹는 듯 했습니다. 부드러운 해초로 밥상을 차려냈으면 좋았을 텐데, 출출하기도 했고 또 여기만의 별미라고 먹긴 했습니다만 대부분은 몇숟깔 뜨다가 만, 음식도 볼거리도, 관광도 이래저래 실망만 했던 섬입니다.

12시 40분쯤 점심식사를 끝내고, 15시까지는 어떤 방법으로 우리가 가보지 않은 곳을 더 돌아볼까 궁리하며 한가로이 항구를 걷고 있었습니다.
떠나기 전, 왕복 승선권을 가이드에게 미리 부탁했었고, 아침에 승선할 때도 분명 15시 배라고 들었었는데, 종이띠로 묶여져 있는 승선표는 여태까지 그냥 그대로 간직하면서 선착장 가까이 걸어가자, 우리에게 다가 온 승무원이 몇시 배인지 확인하려 했고, 꺼내든 배표는 15시가 아닌 13시였습니다.
여행사에서는 15시 배편을 가이드에게 예약했다는데, 그녀 임의대로 13시로 끊은 걸 확인도 하지 않고 있었다니 참 바보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잘 되었다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부랴부랴 승선을 했습니다. 완도로 돌아가는 배는 제 시간이 아니라도 언제든 탈 수 있다고 했지만, 뭐 하나 제대로 된 것도 없이 허무함 만 안겨 준 청산도 여행이었습니다. 밤새도록 잠 한숨 못 잔 일행들은 여객실에 그냥 뻗어 버립니다. 많이 피곤하고 고단했겠지요.

청산도는 서해안이나 남해안에 있는 대부분의 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냥 남쪽끝에 있는 섬 그것 뿐입니다.
보고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시간과 적잖은 경비를 들여가며 찾아갈 만한 곳이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우리에겐 허탈감만 안겨 준 그런 섬입니다.

보태거나 뺄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느낀 청산도 여행.
소규모 단체로 청산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좌충우돌 청산도 여행기는 여기서 끝냅니다.





특별한 것도 없이 그저 그렇게 보낸 반나절.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는 제발이지 즐겁고 행복한,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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