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행복한 순간들

<하슬라 아트월드>를 한바퀴 돌아보다.

adam53 2023. 3. 8. 10:21

2023. 3. 4

3월의 첫 주말,

병아리같은 손녀들을 데리고 집에 다니러 온 딸아이와 우리 내외가 봄나들이 간 곳은  '하슬라 아트월드'입니다.

'하슬라 아트월드'는, 강릉 출신의 설치 예술가인 최옥영·박신정 부부가 20년간 가꾸고 다듬어서 2003년에 문을 연 복합 문화공간인데,

---------------------- 고구려 때 부르던 강릉의 옛 지명 '하슬라'라는 이 이름이 좋아, 상호로 사용하는 업체들이 강릉지역에는 꽤 있습니다.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정동진리 524-25).

강릉에서 안인화력발전소를 지나 정동진역 방향으로 가다보면, 오른쪽 산위에 아트월드가 있는데요,

주말인 오늘은 방문객이 더 많아서 주차하는데 애 좀 먹었습니다.

주차장은 물론 7번 국도에서 아트월드로 올라가는 도로 양편에도 승용차가 빽빽했거든요.

알록달록한 건물 한켠에 남녀가 팔짱을 끼고 서 있는 곳을 지나 건물안으로 들어서면 매표소.

관람료는 성인 15,000원, 청소년 13,000원, 어린이 11,000원인데요,

우리내외는 강릉시민이라 각 5천원을, 타지역에 살고있는 딸과 손녀는 강릉시민과 동반 방문이라고 20% 할인해 줍디다.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위 금액과 버금가는 할인혜택도 있구요.

여길 방문하는 관람객은 호텔 투숙보다도, 다양한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레스토랑, 카페가 있는 자연속에서 쉬어가려고 온 가족, 연인,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비지 갤러리 내부를 둘러봅니다. 

경주 황룡사 9층 목탑을 지은 백제의 천재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아비지'의 이름을 딴 갤러리 내부는, 국내와 해외 유명작가들의 이색작품들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거꾸로 세워놓은 피아노,

깃털같은 재료로 만든 원형 작품.

등에다 의자를 잔뜩 짊어진 커다란 하마.

하마 모양으로 나무 프레임을 만들고 그 위에 스테플러 칩을 하나하나 박은 이 하마는, 양태균 작가의 작품이라 합니다.

인간이 자연을 괴롭히면 자연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 해요

푹신해 보이는 소파, 세워진 피아노위에 매달린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알록달록한 이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은 발길을 서성입니다.

현대미술관 1관으로 가기 전 천정에는, 수많은 볼록거울이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반짝반짝 빛납니다.

박신정 작가의 무한한 자연의 에너지와 영속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네요.

현대미술 1관으로 내려갑니다.

아무런 손질도 하지않고 꾸밈도 없는 시멘트 벽에는 현대미술과

설치미술 작품 들.

볼록거울을 적절히 배치한 작품들이...

볼록거울 작품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예전, 그러니까 50~60년대 여인들이 물동이나 무거운 물건을 머리에 일 때, 머리에 받치던 또바리를 색색의 끈으로 표현한 작품.

한손에는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심판을 하려는 저울을,

한손에는 준엄한 벌을 주려는 칼을 든...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작품들

현대미술 2관으로 가는 길.

1관을 좀 더 둘러봅니다.

이 커다란 난로는 버려진 가스통으로 만든 작품인데, 실제로 사용하는 난로라는 군요.

바닷가 쪽으로 카페가 있네요.

카페는 잠시 후에 들어가 보자구요.

사람들은 저 강렬한 빨간색의 작품앞에서 자꾸만 서성입니다.

갖가지 술병들을 모아놓으니까, 이렇게 멋진 작품이 되는군요!

<20's Cen 카페>에 들어왔습니다.

카페내부에는 노란 등, 하늘을 나는 사내, 그리고 술병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카페도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인거죠.

여기는 하슬라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이용한 핸드드립 커피와,

20대의 젊은 작가그룹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커피숍 겸 아트샵이랍니다.

바다와 나무가 보이는 창가에, 무심한 듯 자전거바퀴와 페달을 놓아 둔 그것도 멋스럽군요.

하나 하나 모두 다 시선을 끕니다.

카페 밖으로 나오면 마주치는 공간.

카페의 반대편쪽에 있는, 강렬한 색으로 눈길을 사로잡던 곳으로 왔습니다.

새빨간 작품의 소재는, 바로 '고추끈'이라 부르는 그 빨간색의 줄입니다.

빨간 노끈을 천장에서 바닥까지 팽팽하게 묶어 독특하게 꾸민 이 작품은, 최옥영 작가의 작품 '레드(RED)'라고 합니다.

매표소를 1층으로 옮기면서 방치됐던 공간을, 관람객이 오래 머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해요.

높이 6m, 폭 5m의 복잡한 네모형태 공간 두 곳에, 길이 10m로 설치해 관람객들이 그냥 지나치던 복도를 신비로운 공간으로 만든거랍니다.

작품 안쪽으로 들어가면 포토존도 있습니다만,

고추끈으로 이런 작품을 만들다니 놀랍습니다.

설치미술 공간인 2관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그물처럼 다양한 색의 끈들을 촘촘하게 엮어 놓았습니다. 

천정과 벽을 뒤덮은 이 작품은 최정윤작가의 '시간의 끈'이라고 하는데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얽히고설키며 매듭을 만들어가는 우리네 인생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동하는 통로옆으로 보이는 터널.

조금 더 둘러본 후에 우리도 여길 갈꺼에요.

이 문으로 들어가면 사방은 꽃 천지입니다.

이쪽 저쪽 모두 다 꽃으로 둘러싸여 있구요,

사진도 찍으라 했지만

보는 것 만큼 사진은, 선명하지도 않고 예쁘게 찍히지도 않네요.

꽃방 한쪽에는 '거울의 방'이 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여기는 몇개의 거울이 사방에 있어, 사진을 찍는 본인의 모습도 3개로 보이는군요.   그레이스 박의 설치미술이랍니다.

자, 이제 우리도 드디어 이 터널속으로 들어갑니다.

터널로 들어가려면 머리를 숙여야 하는데요,

뒤돌아 본 입구.

터널을 지나는 동안에 터널은 수시로 색깔을 달리합니다.

다양한 색으로 변하는 터널은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피노키오 박물관으로 가는 이 터널은, 피노키오가 고래 배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형상화했다고 하는데요,

--------------  형형색색의 움직이는 조명이 동심의 세계로 안내를 합니다.

연신 와! 와! 하면서 터널을 지나 밖으로 나갑니다.

터널밖에는 은색의 쇠파이프로 만든 전망대 

위를 쳐다보니 수만개의 쇠파이프로 둥글게 만들었네요.

빗속을 걷는 듯한 저 곳으로 올라가 봐야죠.

어느 누가 쇠파이프로 이런 작품을 만들 생각이나 했던가?

반짝 반짝 빛나는 아이디어에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빗줄기도 같고, 대나무숲 같기도 한 이 곳.

그냥 아무렇게나 막 찍어도 예쁘죠?

3관으로 가 봅니다.

피노키오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길게 길게 줄을 섰습니다.

대체 무엇때문에 줄을 섰을까 궁금합니다.

이 은색파이프 전망대 때문인가?

멋지긴 하네요.

그렇다해도 저리 넓은데, 줄을 설 정도는 아닌데 하며 앞으로 더 나아가 봅니다.

아하! 그 이유는 이거였어요.  바로 돌벽 포토존 때문이죠.

'하슬라아트월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돌벽 포토존은 주말이면 인증샷을 찍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섭니다.

우리 차례는 언제가 될지 몰라, 우리는 이 포토존을 포기합니다.

그 대신 '파도의 길'이라 하는 이 야외 전망대에 갑니다.

하늘과 바다, 은빛 쇠파이프가 어우러진 이 야외 공간에서는 모두가 다 작품이됩니다.

넘실대는 파도를 형상화한 쇠파이프.

한 층 아래로 내려가요.

여기에도 쇠파이프 전망대입니다.

사진을 찍고,

찍고,

또, 찍어봅니다.

파이프계단을 오르면서 보니까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이는군요.

하슬라아트월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돌벽 포토존. 

바다를 향해 나 있는 둥근 창 위에서 포즈를 취하면 멋진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곳.

인터넷에서 퍼 온 위 사진을 보면 멋있긴하네요.

한참을 줄 서서 기다리다 찍을만합니다. 

피노키오 박물관으로 가 봅니다.

입구를 지나

피노키오 조각품들을 지나

안으로 더 들어가면 마리오네뜨 줄인형이 있는 곳에 다다릅니다.

좌우에는 조작버튼이 있어, 누르는대로 인형의 손발이 움직여요.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벽에는 악어가 있는데, 이 악어도 스태플러 심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돌고래 모형은 나무로 만들었겠죠?

다시 입구로 나오면 체험공간이 있습니다.

나만의 오르골 색칠하기, 초콜릿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다고 해요.

이쪽 저쪽을 왔다갔다 하느라

사진이 순서가 뒤 바뀌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네요.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아이들과 떨어져서 그렀습니다.

이제는 밖으로 나갑니다.

파도의 길과

돌벽 포토존을 보며 올라오는데,

오!

저기서 사진을 찍어도 멋있네요.

하슬라 아트월드는 발길 닿는 곳, 눈길 가는 곳 어디나 사진명소입니다.

건물밖으로 나왔습니다.

바다카페 방향으로 가는 곳에도 사람들이 모여있어요.

천년초(선인장)가 추위에 얼었나 봅니다. 전부 다 옆으로 누웠어요.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 흉상(胸像)이 있는 이 길은 <천년초> 테마로드라고... 

봄이 오는 바다는  더 푸르러만 갑니다. 

오늘따라 파도도 잠잠하군요.

절규하며 다급하게 뛰어오는 사내가 있는 이 담벼락에 오면, 사진을 꼭 찍어야 해요.

문 틀에 올라가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찍으면, 아주 멋지게 나오거든요.

지친 다리도 쉴 겸 바다카페에 잠시 들렸다 갑시다.

마당 한켠에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Venus of Willendorf)가 있네요.

늘어진 커다란 유방, 불룩 나온 배, 지방이 많은 엉덩이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다고 하죠.

보라색의 바다카페에는 커피와 음료, 빵을 팔고 있는데, 아트월드 마감시간인 18시가 되면 이 카페도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카페에서 나와 조각공원으로 갑니다.

조각공원을 한바퀴 돌고 난 뒤엔 저 문으로 나갈꺼에요.

3만 3천평의 조각공원은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입니다.

조각공원의 조각품들은 소나무와 푸른하늘과 어우러진 그것만으로도 그림이 되고...

이 조각공원은

최옥영 작가가 직접 포크레인을 몰고 대지를 캔버스 삼아 그림그리듯 길을 냈다고 하는데,

조각공원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새의 형상이라고 해요.

나즈막한 산중턱 길을 걸으며 조각품을 감상하다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넉넉함과 여유로움에 젖어듭니다.

사람의 머리를 형상화한 곳으로 가 봅니다.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은 누드박물관이라 하던데,

뮤지엄호텔을 한번 바라보고 도로 나왔습니다.

산 위쪽으로 보이는 이 멋진 작품을 보러가야죠.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이 무더기로 있는 바닷가 언덕.

이 비너스 상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누드상으로 1908년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 근교의 팔레오세 지층에서 발견되었고,

22,000년~ 24,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는데요,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에서 철도공사를 하던 인부가 우연히 발견했대요.

크기는 11.1cm로 아주 작답니다.

흑인들의 레게 머리에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 이 석회석의 비너스상.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히 서있는 모습의 이 조각상을 보고 한 고고학자가, 비너스를 패러디하여 '정숙하지 않은 비너스'란 이름으로 

이 조각상이 발견된 지명을 붙여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 한다는...

길고 긴 쇠꼬챙이 위로 거꾸로 떨어지는 사내.

두팔을 벌려 눈을 감고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사내.

군더더기하나 없는 근육질의 몸은 운동선수같고,

마루운동을 하기 직전 이제 막, 도약하는 느낌도 듭니다.

긴 각목끝에 설치한 위,아래 두대의 자전거도 아주 멋지고...

궁금해서 여기도 올라가 봅니다.

원통을 비스듬히 잘라놓은 것 같은 작품속으로는

아래로 내려갈 수 있도록 한 철 사다리가 있어, 꼬맹이들이 내려가서 소리를 마구 마구 질러대는군요.

한쪽 언덕에는 징그러울 정도로 큰 곤충들이 모여있고

'돌미술관'이라기에 어떤 곳인가 해서 들어 가 봅니다.

한쪽에 앉아있는 남자, 그리고 공중에 매달아놓은 바위덩이와 오른쪽의 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돌미술관 뒤에는 소똥미술관도 있더군요.

뛰어놀기에도 좋고

사진찍기에도 좋고,

따스한 햇빛 아래에서 한껏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조각공원입니다.

통나무를 쌓아서 그것 자체만으로도 예술작품이 되는, 저 문으로 나갑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도 포토존이 있어요.

발길 닿는 곳 어디를 가든, 눈에 보이는 곳 모두 다 포토존입니다.

나가기 전에 화장실도 들렸다 가야죠.

얼기 설기 엮은 나무토막들도 눈길을 끌고...

한나절을 돌아다녔더니 피곤하군요.

집으로 돌아 가야할 시간도 되었고,

.하슬라 아트월드'를 돌아보면서 주절 주절한 '관람기'도 여기서 이만 끝내야겠습니다.

10만여평의 땅에 조성한 예술공간 '하슬라 아트월드'에서 보낸 한나절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