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재약산 억새산행(밀양골 케이블카에서 천황재까지)

adam53 2022. 10. 28. 05:56

2022. 10. 25.

05:00시

가을비답지 않게 마구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밀양 재약산으로 길 떠납니다.

삼척을 지나면서 비는 그치고,

버스는 7번 국도를 달리고 달려서 경주를 지나고,

울주를 지나고

밀양 얼음골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했습니다.

10시 30분.

오늘 산행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천황산과 재약산을 거쳐 표충사로 내려갈려고 해요.

4년전에 찾았을 때는 배내고개에서 능동산, 천황산, 재약산, 표충사로 갔었는데,

조금은 편하게 산행하자고 모두 다 그리한겁니다.

케이블카 요금은 왕복 15,000원.

편도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승강장 대기실에서 지도를 ~

10시 45분에 탑승

10여분 정도 가면 상부승강장에 도착합니다.

상부승강장 밖에서 산행할 준비를 하고

이 계단을 올라갑니다.

숨이 좀 차겠죠?

어제 영동지방에는 비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가서 설악산에는 12cm의 폭설이 내렸답니다.

10월에 대설 특보가 내려진것은 17년만이라고 했는데,

남쪽지방 밀양은 포근합니다.

그런데다 계단을 쉬지않고 올랐더니 땀이 나고, 숨이 찰 수 밖에요 ~

뒤돌아 본 상부승강장.

등산로 안내판은 오래되었군요.

녹산대전망대에서 아짐씨 들 나란히 서서.....

10월 하순이라, 너무 늦게 왔는가 봅니다.

나무들은 곧 닥아 올 겨울채비를 하고있어, 잎은 말라가면서 땅위에 떨어지고...

샘물산장이 있는 너른 공터에서 우측으로 ~

쌩하니 지나갑니다.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길.

스산한 풍경속으로 한발 한발 걸음을 옮깁니다.

참 걷기 좋은 길입니다.

영남알프스에 속한 재약산은 산세가 부드러운데,

케이블카를 타고 1,000m 넘게  올라왔으니 동네 뒷산을 온 듯, 이런 길은 마냥 걸어도 좋습니다.

진달래와 철쭉이 많이 자생하는가 봅니다.

안그래도 예쁜 산이, 봄꽃이 피어나면 얼마나 예쁠까요?

억새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요.

영남알프스라 부르는 가지산(1,241m), 천황산(1,189), 운문산(1,188m), 신불산(1,159m), 재약산(1,119m), 영축산(1,081m), 간월산(1,069m), 고헌산(1,034m), 문복산(1,015m) 중에서

'가지산'을 제외한 나머지는 억새를 보면서 산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억새산행지로 유명한 영남알프스.

가을이 오면 산객들은 억새를 보려고 먼길을 마다않고 찾아오곤 하죠.

길옆 전망좋은 바위위에, 산악회 회원들이 쉬고 있는 곳을 지나자

천황산 억새군락지가 나타납니다.

정상가는 길 좌우에는 억새, 억새풀들.

지나온 길을 돌아다 보고

바람에 흔들리며 사각거리는 억새풀 소리를 들으며 완만한 능선을 오릅니다.

지난 주에 찾았던 민둥산억새는 키가 크고 튼실한 반면, 

여기 억새는 키가 작고 여리여리해 보입니다.

꽃도 실하지 않고...

아마도 척박한 땅에 자라서 그렇기도 하고, 억새도 '작은 억새' 같아 보입니다.

천황산에 도착했습니다.

천황산 주봉은 사자봉이라 부릅니다.

남쪽 5km의 재약산과 맥이 이어져, 천황산을 재약산이라 하기도 하는데,

재약산은 천황산이 일제 때 붙여진 이름이라 하여 우리 이름 되찾기 일환으로,

밀양시에서 재약산과 천황산을 통합하여 천황산 사자봉이 재약산 주봉이 되었으며,

천황산을 사자봉이라 하고, 재약산을 수미봉이라 합니다.

해발 1,189m.

산림청 100대 명산인 재약산(1,108M)보다 더 높은 천황산.

정상은 바위로 되어있어 조심해야 해요.

넓직한 산위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마음이 평온해져옵니다.

한껏 느긋해지고 푸근해져 오면서 ,

하루 종일 걷는다 해도 싫증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산행을 함께 한 姉妹

재약산 가는 길입니다.

천황재까지는 1km.

가면서 뒤돌아보니, 후미팀이 사자봉에 도착했군요.

진달래나무는 월동준비에 들어갔어요.

뒤늦게 후회합니다. 저 조망좋은 곳에 올라가 볼 것을

왜 매번 그냥 지나쳤는지 아쉽...

그리 험한 길 아닌데도,

없어도 될 것 같은데도 계단을 길게 만들어 놓았어요.

잠깐 잠깐 정도의 계단이 아니라

길게 아주 길게 만든 계단입니다.

그 덕분에  평지를 걷듯, 산행하는 게 편하긴 해요.

거대한 암벽

따스한 가을 햇빛이 좋아서,

엄마품처럼 넉넉하고 부드러운 산세,

걷다보면 불쑥 마주치는 바위와

끝이 없는 것 같은 나무계단도 좋고

뭉게구름 떠가는 파란 하늘이 좋아 주위를 둘러보며 가면, 

발걸음은 자꾸만 더디어져가고

'한번 들렸다 올 껄' 후회하며 지나친 바위위에, 개미만한 두사람이 있어 당겨봤더니

사진을 찍고있네요.

천황재에 왔습니다.

여기는 억새 평원입니다.

넓디 넓은 들에 펼쳐진 억새물결은 아주 장관이죠!.

용담꽃이 피어있는 길 양쪽에는 억새풀 숲.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물결을 보려면  9월말, 10월초에 와야 예쁜 모습을 봅니다. 

이제 억새가 무리지어 핀 들판을 볼꺼에요.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품속으로 들어갑니다.

억새꽃/정연덕

 

그것은

바람이다

가슴에 피묻힌

바람이다.

이름도 빛도

아무것도 원치않은

상처이다.

목쉰 바다

아우성 끝에

활활 불타는

서러움이다.

가을 억새 밭에서 / 정은정

 

저 혼자 저물어 가는

가을 억새밭에 서 본 사람은 안다

바람이 불어야 몸짓을 시작하며

능선마다 출렁이며 털어 내는

비늘을 품에 안고

역류하는 해를 마주한

억새의 어깨가 눈부시다는 걸

가을 억새밭에 서 본 사람은 안다

아름다운 것들도 언젠가는

푹석한 잡초가 되고

계절이 깊어지면

산 속의 바다도 쓸쓸해진다는 것을

가을 억새밭에 서 본 사람은 안다

빛이 사라지면 스러지고

빛을 받으면 타오르는

고개 숙인 가을을 아쉬워하는

남자 같은 것이 억새란 걸

가을 억새밭에 서 본 사람은 안다

꽃처럼 피어나고 싶어

뜨거움도 비우고

혈기도 비우고

비울 것 다 비우고

성성한 백발로 서서

거울처럼 빛을 퉁기며

한줄기 억새로 서 있는

그 섬이 자신이란 것을

                                              - 가을 억새밭에서 /정은정 -

억새밭에서 돌아다 본 천황산에서 내려왔던 길.

재약산으로 가는 길.

억새가 손 흔드는 가을 길.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림같은,

재약산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