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은빛 억새의 물결, 정선 '민둥산' 산행기

adam53 2026. 10. 9. 16:19

2026. 10. 6

오늘은 정선 민둥산으로 갑니다.

민둥산은 풀이나 나무가 없어 맨바닥의 흙이 드러난 산입니다. 정선 민둥산도 정상 주변에 나무가 없고 억새풀만 자라고 있어 민둥산이라 합니다.

억새가 피어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민둥산 산행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전형적인 가을날씨를 보이는 요즈음입니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갑게 내리쪼이고, 바깥나들이를 하기 딱 좋은 그런 가을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달 내내 비가 내리지 않는, 가을 가뭄이 계속되기도 합니다.

지난 해 8월과 9월 2달은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여름날 샤워하는 것도 죄스러움을 느끼며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살아야 했던 엄청 힘든 나날이었었죠. 그러다가 10월로 접어들자 한달동안 주구장창((晝夜長川) 매일같이 장마비가 내려서, 일상생활은 물론 농작물도 피해를 많이 봤었댔는데, 올해는 이렇게 가뭄이 들어 農民들은 비 오기를 학수고대를 하는 실정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런 날씨는 대책도 없고 정말 큰 일입니다.

버스를 타려고 창포다리를 건너다가, 내려다 본 남대천에는 물이 말라갑니다.

요즘처럼 가물기만 하는 날이 계속되면서 강릉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댐 물을 가두고서 방류하지 않는 것도, 남대천에 물이 없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따금씩 비가 내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다리 윗쪽을 봐도 강물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물고기도 살지 못하고 새들도 날아오지 않습니다.

명주동 작은 골목의 하얀꽃 핀 이 花草도, 종종 물을 줘야만 살아 낼 것입니다.

구비 구비 삽당령을 넘어 정선 임계를 지나고, 화암면(畵巖面) 산중턱에 난 길을 버스는 달립니다.

높디 높은 산길을 돌아가면서, 차창밖으로 보이는 마을을 내려다보면 아찔 해 보이는 군요.

화암약수터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두어번 갔었기에, 오늘은 안가본 길 '능전마을'에서 발구덕마을로 가 보려고 합니다.

화암약수터 주차장에는 차량들도 별로 없습니다.

화장실은 관리를 잘해서 깨끗하네요.

민둥산이 처음인 사람들 그리고, 많이 걷고 싶은 일행들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그들은 화암약수 → 구슬동 → 지억산갈림길 → 삼내약수 갈림길 → 억새군라지 → 돌리네 → 민둥산 → 증산초교를 지나 주차장까지, 12km를 5시간 가량 걸을 겁니다. 

약수터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을 내려준 뒤, 나머지 사람들은 능전마을로 향합니다.

10시 05분

능전마을 주차장에 왔습니다.

주차장엔 승용차들이 꽤 많아 보입니다.

민둥산으로 향하는 길 입구엔 남면자율방법대의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친절하게 산행안내도 겸하고 있습니다.

발구덕으로 향하는 포장도로를 갑니다.

발구덕까지는 차량으로 갈 수 있다고 하던데, 주차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버스는 ..... 안되겠죠?

길가에는 집에서 기른 다육이를 팔고 있습니다. "봉희네 다육이"네 가...

폐가(廢家)도 보입니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아 집은 많이 망가졌습니다.

인구는 줄고, 농촌 인구도 자꾸 줄어만 가고

폐가 앞 작은 다리입구에 서 있는 이정표는, 여기서 민둥산을 가라고 합니다.

2.7km를 가면 민둥산이라면서, 발구덕마을은 직진해서 2.5km를 가면 있다고 합니다.

여기를 다녀 간 일행들은 다리를 건너 민둥산 방향으로 향합니다. 발구덕으로 가서 민둥산을 가려고 했다가 뚯밖의 복병(伏兵)에 당황했지만, 짧은 거리로 정상까지 갈 수 있다니까 한편으로는 참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선 남면의 증산초등학교 앞에서 421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능전마을이고, 발구덕은 해발 800m에 자리한 마을로 30~40분 가볍게 오르면 정상을 밟을 수 있답니다.

시간을 단축하려는 이들은 車로 발구덕마을까지 간 뒤 정상에 오르기도 하지만, 탐방객이 많은 시기에는 차량을 통제한다니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능전마을에서 정상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게 올라 갈 수 있습니다. 발구덕마을과 고도가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니까요. 

부드러운 흙길인 육산(肉山)이라서 걷기 좋습니다.

등산로는 전나무와 낙엽송이 하늘높이 솟은 곳도 있고

신갈나무, 단풍나무, 생강나무같은 雜多한 나무들도 

이제 막 단풍이 드는 곳도 있습니다.

얼마걷지 않아 능선길에 올라섰습니다.

능선에 올라서자 사방이 시원스럽게 트여서 마을도 바라보고, 맞은편의 산도 봅니다.

나즈막한 언덕길에는 개미취가 활짝 피었습니다.

'개미취'라는 이름은  1936년 '조선산야생약용식물'에 처음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500년 가까이 '탱알'이라는 옛 이름으로 문헌에 전해져 왔다는 군요. 꽃대와 총포에 난 작은 흰 털의 모습이 개미처럼 붙어 있다고

또는, 뿌리줄기에 잔뿌리가 얽혀 있는 모습이 개미가 모여 있는 듯해서 그 이름이 붙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개미 플러스(+) 취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참취속의 식물이므로 이른 봄 어린순을 나물로 먹습니다. 말려서 묵나물로도 먹구요.

개미취는 전국 각지의 깊은 산 습한 곳에 서식하는 다년생풀로, 벌개미취보다 키가 훌쩍 크면서 가지를 많이 치므로 꽃이 다닥 다닥 붙어서 핍니다.

벌개미취는 키가 작고 잎이 진하고 두꺼우며, 꽃은 줄기끝에 진한 보라색의 큰 꽃송이가 한 개 피는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벌개미취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기도 합니다.

언덕을 넘어가자 지난 달 추석무렵 수확을 끝낸 배추밭이 보이고

일찌감치 수확을 끝마친 밭에는 배춧잎들이 허옇게 말라버린 모습이 보입니다.

배추밭을 지나면서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갈림길에는 양봉을 하는 이가 직접 채밀한 자연꿀을 팔고 있습니다.

꿀을 사면 하산길도 도와준다고 써 있죠?  길 안내를 하려고 하산은 어디로 하느냐고 물어보더군요.

'양봉꿀 파는 천막' 앞으로 난 길을 갑니다.

300m앞에는 '민둥산 850 전망대'가 있다고 해요.

잘 닦아놓은 신작로를 따라 갑니다.

500m를 가면 '돌리네 쉼터'도 있답니다.

저기 저만큼에 '850전망대 매점'이 보여요.

쉼터가 가까워지면서 오른쪽에는 '840펜션'이 있습니다.

이 외진 산중에 펜션이 있다니....... !

'850전망대 매점'가는 길을 지나쳐서 곧장 갑니다.

연보라색의 개미취

얼핏보면 쑥부쟁이 같아 보여도 이건 개미취입니다. 쑥부쟁이도 가지를 많이 치지만, 개미취보다는 키가 작고 꽃도 이렇에 많이 모여서 피지는 않습니다. 가지가 여기저기로 뻗어나가서 그 끝에 꽃이 피기에, 개미취보다는 좀 엉성하게 피었다고 보면 알기 쉽죠. 잎도 다르게 생겼구요.

비슷한 종류인 구절초, 개미취, 쑥부쟁이와 구별할 사진이 없어 어떻게 설명할 수 없네요.

'850전망대 매점'을 지나 주변을 둘러보며 몇 分정도 가다가, 이번에는 '돌리네 쉼터'를 만났습니다.

배춧잎이 말라서 허옇게 보이는 밭

'돌리네 쉼터'는 민둥산을 찾는 사람들이 쉬어 가기에 좋습니다.

라면과 햇반과 술 안주용 두부 그리고 차조, 수수, 서리테, 팥 같은 잡곡은 물론 어수리, 취나물, 곤드레, 곰취 말린 것도 팔고 있습니다.

10시 40분

시간이 넉넉하다고, 마당에 놓인 쉼터 탁자에 둘러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정선의 대표적인 나물 '곤드레'를 넣고 빚은, 곤드레막걸리 두어병과 새우깡을 주문합니다.

막걸리의 도수는 보통 6% 정도되기에, 은은하게 구수하고 달달한 맛에 자꾸만 이끌립니다. '막 걸러낸 술'이라는 막걸리에 취하면 부모도 못 알아본다는 말도 있어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민둥산은 위험하지 않는 산이지만, 산행하면서 음주는 안되죠. 

'돌리네 쉼터' 맞은편에 '민둥산 쉼터' 표지석이 보입니다.

정선 남면번영회에서 강원랜드의 후원을 받아 2010년에 민둥산 경관 조성사업을 했답니다.

민둥산을 향해 기분좋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쉼터에서 곧장 가면 민둥산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고, 900m만 가면 민둥산이랍니다. 

이 길은 거리가 짧으면서도 힘들지 않은 코스입니다.

민둥산은 보통 증산초등학교에서 올랐다가 내려갑니다만, 그것도 급경사는 2km, 완경사는 2.7km인데 능전주차장에서 정상까지 2.9km이면 진짜로 짧으면서도 완만하기에 쉽게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여태까지 몰랐습니다.

이 길은 임도입니다.

그래서 일반 차량은 갈 수 없습니다. 

행여라도 길 잃을까 봐 이정표는 이쪽 저쪽에 세웠습니다.

모퉁이를 돌아설 때에 숲으로 난 길이 보입니다만, 일단은 임도를 따라 갑니다.

숲길로 가면 고생 좀 한다고 합디다.

햇살은 마구 부서집니다.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히는 한여름 날씨 같은 가을날입니다.

미국쑥부쟁이는 여기에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미국쑥부쟁이는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 귀화한 식물입니다.

꽃은 지름이 1cm정도로 아주 작고, 줄기 위쪽에서 가지를 많이 치므로 하얗고 작은 꽃이 빽빽하게 피어서 안개꽃 마냥 귀엽고 예쁩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 퍼져있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해서, 생태계 균형을 깨뜨릴 염려가 있다고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이 되었죠.

이제는 토종식물처럼 토착화한 개망초는 어느 곳이나 막 자라지만, 미국쑥부쟁이은 대개 길가에 무리지어 서식하는 걸 봐 왔기에 큰 피해는 없을 듯 한데,

초여름에 노란꽃이 피는 큰금계국이 번식력이 워낙 강해서 토종식물들이 살 자리를 빼앗는다고, 2018년 국립생태원에서는 외래식물 유해성 2등급으로 관리하듯이, 미국쑥부쟁이도 가시박이나, 환삼덩굴, 돼지풀처럼 번식력이 강하다고 해서 생태계교란식물로 취급받습니다.

미국쑥부쟁이는 미군 전차부대가 많은 포천을 중심으로 널리 분포하는데, 미국쑥부쟁이도 전차에 묻어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이도 있습니다. 

마치 망초와 '개망초'가 우리나라에 철도를 처음 놓을 때 철도침목에 묻어 온 것 처럼, 그렇게  온 게 아닌가 하는 거죠.

키 작은 쑥부쟁이가 임도를 예쁜 꽃길로 장식합니다.

미국쑥부쟁이도 예쁘게 수 놓았구요.

그래서 가을길이 화사합니다.

그저 임도를 따라 조금 걸었을 뿐인데, 눈앞에 민둥산이 보입니다.

길 양편으로는 억새가 하얗게 피어났네요.

그냥 풀꽃일 뿐인데도, 억새를 만날 생각에 가슴이 막 설렙니다.

계단을 오르면 쉼터를 사이에 두고 두갈래 길이 있습니다. 

왼쪽은 정상으로 바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가면 돌리네를 보면서 정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

민둥산은 늘 능선길로 갔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멀리서만 보던 돌리네를 가까이 보려고 오른쪽 길로 올라갑니다.

억새꽃은 지금 막 피고 있는 중입니다. 약간 갈색을 띈 억새꽃은 고양이털 같이 부드러우면서 매끄럽습니다.

오늘은 평일이라서 탐방객도 거의 없어, 이 산을 통째로 우리가 전세를 낸 것 같습니다.

쉼터 벤치에 앉아봅니다.

부드럽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마냥 평화롭기만 한 풍경속에 조용히 빠져듭니다.

억새는 바람이 부는대로 이리저리 흔들리고

구름 한 점없이 파란 하늘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는 듯한 하얀 억새꽃

민둥산에 억새가 많은 건, 산나물이 많이 나게 하려고 매년 한 번씩 불을 질렀기 때문이랍니다. 이것과 관련된 얘기엔 옛날에 하늘에서 내려온 말 한 마리가, 마을을 돌면서 주인을 찾아 보름 동안 산을 헤맨 이후 나무가 자라지 않고 참억새만 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건 전해오는 얘기이고, 석회암층으로 덮인 정상 부근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민둥산이 되었다고 하죠.

정선 민둥산은 울산 신불산, 포천 명성산, 보령 오서산, 장흥 천관산과 함께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산입니다.

민둥산 8부 능선에서 정상까지 약 20만여 평의 광활한 능선이 억새로 덮여 있어,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의 물결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계단을 올라와 왼쪽으로 가면 정상으로 갑니다. 가는 길에 돌리네를 볼 수 있죠.

그렇지만 그냥 올라가기엔 조금 아쉬운 생각에 오른쪽 길, 삼내약수와 화암약수터에서 올라오는 그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능선길에도 가득 피어난 억새를 보며, 가을을 좀 더 가슴 깊숙히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햇빛이 비추는 낮에는 은빛으로, 석양이 질때는 금빛으로 물드는 이 억새밭은, 민둥산이라는 이름처럼 나무도 없고 억새풀도 듬성 듬성있던 곳이었는데, 해마다 주민들이 토종 억새를 심어 증식을 하므로써 지금의 전국 5대 억새 군락지가 되었답니다.

능선으로 가는 길 나무밑 벤치에 앉아, 이 좋은 계절에 은빛으로 일렁이는 억새 물결을 바라봅니다.

차 한잔 마시며 바라보면 더 가을스러운 분위기가 될 것 같은데...

억새로 뒤덮힌 민둥산은 우리나라가 아닌, TV에서 보던 외국같은 풍경으로 다가와 나름대로 멋져보입니다.

억새꽃 / 오세영

 

흐르는 것 어이 강물뿐이랴.

계곡의

굽이치는 억새꽃밭 보노라면

꽃들도 강물임을 이제 알겠다.

갈바람 불어

석양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의 일렁임,

억새꽃은 흘러흘러

어디를 가나.

위로위로 거슬러 산등성 올라

어디를 가나.

물의 아름다움이 환생해 꽃이라면

억새꽃은 정녕

하늘로 흐르는 강물이다.

억새숲에 피어 난 용담

억새 / 홍수희


그리워도 그립다 말하지 않네
보고파도 아닌 체 먼 산만 보네


기다리다 돌아서면 등뒤에 서서
눈물처럼 하얗게 손짓만 하네

 

능선 갈림길까지 왔습니다.

화암약수터에서 산행을 시작한 일행들이 오는 게 보이지 않을까, 아래를 내려다 봤지만 아직은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그들이 올려면 한참 있어야 할 것 같은 고요만이 맴 돕니다.

능선으로 가는 길

아무도 없는 갈림길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 갑니다.

 

억새풀 / 도종환

 

당신이 떠나실 때 가슴을 덮었던 저녁 하늘
당신이 떠나신 뒤 내 가슴에 쌓이는 흙 한 삽
떠나신 마음들은 이런 저녁 모두 어디에 깃듭니까
떠도는 넋처럼 가으내 자늑자늑 흔들리는 억새풀.

억새숲에서 피었지만 보라색꽃으로 그 존재감을 확실이 드러낸 곤드레(고려엉겅퀴).

민둥산 정상 부근에 조성된 억새 군락은약 66만㎡ (약 20만 평)에 이르며, 억새는 산 정상 부와 둥근 모양으로 빙 둘러가는 능선을 따라 가득히 이어져서, 억새가 그리는 풍경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키를 훌쩍 넘는 억새가 바람에 눕는 모습은 군락이 넓을수록 더 장관입니다.

억새 군락속을 걸으면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는, 모든 것을 다 버려도 좋다는 그런 넉넉한 마음이 됩니다.

정상아래에 있는 돌리네로 가 봅니다.

카르스트(Karst)는 석회암같은 물에 녹기 쉬운 암석으로 구성된 대지가, 빗물에 의해서 용식되어 생성된 지형입니다.

석회암은 대부분 탄산칼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카르스트 지형은 이 탄산칼슘이 80%이상인 순수 석회암에서 잘 발달된다고 하죠.

용식(solution, dissolution)이란, 물에 녹는 성질을 가진 암석(특히 석회암)이 화학적으로 녹아 없어지는 작용을 말하고,

침식(erosion)이란 비, 바람같은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 地表가 깎여나가는 작용을 말합니다.

돌리네는 카르스트 지형(地形)에서 석회암의 용식작용으로 와지(窪地)가 생긴 지형을 말하는데, 돌리네에 내린 빗물은 싱크홀이라고 불리는 배수구로 땅속에 스며들며, 돌리네 지하에는 빗물을 저장하는 빈 공간이 존재하여 물이 잘 빠집니다. 그래서 삼내약수에서 민둥산으로 오는 길에도 돌리네는 종종 눈에 띄지만 거기에 물이 고여있는 것을 거의 보지 못합니다.

물이 고여있는 돌리네를 보는 것은, 민둥산 아래에 있는 이 돌리네가 처음입니다.

호수처럼 잔잔한 돌리네에는 파란 하늘이 내려앉았고, 억새와 사람들도 물에 어른거립니다.

민둥산 돌리네에서 탐방객들은 특별한 사진을 남깁니다.

돌리네는 여기까지

이제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정선군에서는 억새가 피어나는 9월부터 '민둥산 억새축제를 개최합니다.

올해로 제31회를 맞는 민둥산 은빛 억새 축제는 9월 18일부터 11월 8일까지 , 52일간 이어지는 축제입니다.

억새축제 기간 정상에서는 산상 엽서보내기와 사진전이 상시 운영되고, 체험행사로는 관광객 노래자랑과 캘리그라피와 페이스페인팅이 마련된다고 합니다.

공휴일에는 거리공연과 정선아리랑 공연이 열리며, 10월 9일과 10일에는 가요제가 있고, 먹거리 장터도 함께 운영한답니다. 

11월 8일 폐막일에는 폐막식과 함께 달집태우기를 끝으로 축제가 끝난다니까,

이 가을에 민둥산 억새산행도 하고 축제장에도 둘러보면 알찬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연로(燃爐)로, 그리고 집을 지을 때 나무를 사용했습니다. 난방시설은 온돌이기에 아궁이에 땔 화목을 구하려고 여기저기서 나무를 보이는 대로 막 베었습니다. 그래서 1950년대 까지만 해도 곳곳에 나무가 없는 벌거숭이 산이 많았었죠.

일제강점기 시기에 조림 사업을 하긴 했으나, 30년대 이후 산업과 군수 물자 수요가 증가하자 어지간한 나무들은 죄다 베고, 그나마 남았던 잔나무들조차 한국전쟁의 포화와 진지구축으로 싹 다 없어졌다고 해요. 그 후에도 戰後 복구사업이나 난방 용도로 마구 베었는데, 당장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할 어려운 시기라 그 당시에는 산림보존을 신경 쓸 여력도 없을뿐 아니라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山에 나무가 없으면 홍수와 가뭄에 매우 취약해서, 홍수가 날 때는 산의 흙은 그대로 쓸려 내려와 산사태가 일어나고, 가뭄이 들면 물을 머금고 있을 나무가 없어 빗물은 곧바로 하류로 흘러내려, 얼마 안 가 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가뭄현상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산의 흙모래가 흘러내리지 않게 사방(沙防)사업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죠.

이에 1961년 12월 27일, 정부가 산림법을 제정하는 걸 시작으로 적극적인 산림녹화사업을 펼쳤는데, 그 당시 산림녹화 사업은 30년을 바라보는 장기 계획으로 전국에서 벌어지는 초대형 프로젝트였고, 나무를 심고 가꾸기를 권장하고자 식목일, 육림의 날까지 제정했으며 식목일은 공휴일로 지정, 온 국민이 나무를 심는 일에 힘썼습니다.

사방사업이 한창이던 60년대는, 집집마다 아카시나무 씨앗과 잔디 씨앗을 채취해서 반장을 통해 이장에게 줘야 했었죠.

그렇게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30여 년의 녹화사업은 마침내 성공을 하고, 지금은 민둥산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거기에다가 연탄이 보급되면서 국민들은 땔감으로 나무를 사용하지 않게 된 것도 산이 푸르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린시절에는 '메아리'라는 동요를 부르며 자랐습니다.

'산에 산에 산에는 산에 사는 메아리, 언제나 찾아가서 외쳐부르면 반가이 대답하는 산에 사는 메아리.....'

민둥산 얘기를 하다가 문득, 그 동요가 생각났습니다.

12시

민둥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해발 1,119m

정상석은 검은색이 도는 회색에다가 글씨도 굵고 각지게 쓴 게 아주 듬직해 보입니다.  높은 곳에 서 있지만 그 어떤 세찬 바람이 불어도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군요.

민둥산도 'BAC 100 인증장소'입니다.

'2026 강원20챌린지 인증장소'이기도 하며,  '한국의 山河'와 '월간 山'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이기도 하죠.

인증을 하려고, 정상석이 넘어질까 어깨로 떠받치며 사진을 찍어봅니다.

사방을 둘러보면 막힘이 없어 동쪽으로 함백산, 지장산, 남쪽으로 두위봉, 백운산, 서쪽으로 가리왕산, 백석봉, 북쪽으로 상원산, 노추산, 상정바위, 괘병산, 고적대, 멀리 두타 청옥산, 태백산 등이 조망되는, 참 시원스런 정상입니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넓직한 데크가 있어,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가을은 참 좋은 계절이고, 오늘은 날씨가 참 좋은 날입니다.

가을 햇살 / 정연복

 

파란 하늘에서

내려오는 가을 햇살은

꼭 어릴 적 엄마의 따스한 손길 같다. 

춥지 말라고 아프지 말라고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사랑의 손

정상에는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리곤 사진을 찍습니다.

점심을 다 먹었습니다.

과일을 먹고, 커피까지 마셨는데도 약수터에서 출발한 일행들은 오지를 않아 먼저 내려가기로 합니다.

'가다가 보면 만나겠지' 

증산초교까지의 거리는 급경사 2.6km, 완경사 3.2km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도

뒤돌아 본 정상 풍경도, 그냥 두고 가기엔 미련이 남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쨍한 가을햇살 아래 은빛 파도처럼 일렁이는 새하얀 억새가 너무도 아름다운데,

이 멋진 풍경을 두고 어찌 내려간답니까?

 

누님, 너무 곱소 / 나태주

 

가을볕에 새빨가이 익은

고추들 나란히 누워

비린 창자 속 말리고 있는 

담장을 등에 지고서

골목길 가득 고여 출렁대는 

햇살의 물결을 발부리로

찰랑찰랑 걷어차면서

이리로 오시는 누님의 한복차림이

너무 고와서 눈물겹소

글쎄 나는 누님이 입고 있는 

한복이 더 어여쁜지

누님의 웃음 머금은 얼굴의 초승달

두 개의 눈썹이 더 고운지 가늠이 안 가

한동안 망설였지 뭐유

 

누님, 너무 곱소.

사진을 찍어준다는 일행에게 카메라를 맡겼더니 이렇게 찍어줬네요.

실수로 그런 건지 아니면 색보정을 한 건지, 아무튼 멋진 사진이 되었습니다.

12시 30분

급경사와 완경사 갈림길에 왔습니다.

증산초교까지 가는 길 중에서 직진하면 2km의 급경사,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2.7km의 완경사입니다.

오늘은 조금 더 걷더라도 완경사 길을 선택합니다. 

매번 급경사길로 내려갔지만, 그때마다 심하게 가파른 길 때문에 발톱이 새카맣게 죽곤 했거든요.

완경사 길은 진짜로 완만한 길입니다. 이 좋은 길을 두고 왜 번번히 급경사로 내려갔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山客들이 왁자지껄하며 떼를 지어 올라옵니다.

이 시간에 이제야 여기를 올라오는 걸 보면 아마도 멀리서 왔나 봅니다.

대부분의 정선 지역에서 산행을 하다보면 이정표를 많이 세운 걸 봅니다. 예산이 좀 수반되더라도 산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한 건데, 민둥산 역시 이정표를 많이 세웠습니다. 국가지점번호도 이정표에 부착을 해서 만약의 경우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낙엽송이 훌쩍 자란 길

부드러운 육산(肉山)인 것도 맘에 듭니다.

임도에 내려섰습니다.

이제 산행을 시작한 사람들이 여럿이서 올라옵니다. 이들도 멀리서 왔나 봅니다.

꽃향유는 더위에 지치고 가뭄에 지쳐 시들 시들해져서 향기도 내뿜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차례 소나기라도 내려야 할텐데, 기다리는 비는 왜 오지 않는 걸까요?

13시

두어개의 벤치에는 이미 자리잡은 이들이 있어, 잠깐 동안도 앉지 못하고 갑니다.

13시 25분

급경사와 완경사 합류지점까지 왔습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다 내려온 겁니다.

이 작은 다리를 건너면 포장도로(車道)와 마주칩니다.

初校 아래의 주차장은 만차입니다.

13시 35분

흙먼지 좀 털고 가야죠.

단풍이 물든 산도 좋지만 정상주변의 능선을 따라 은빛 파도가 물결치는 억새 山 역시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민둥산.

바람에 흔들리며 서걱대는 억새 산행이야기도 끝맺음을 합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버스가 보이고,

이제 끝입니다.

13시 40분

오늘은 7km 가량 걸었습니다.  3시간 35분 정도 소요되었구요, 평균속도는 의외로 1.9km 밖에 안되는 군요.

 

산행코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능전마을 → 돌리네쉼터 → 민둥산 → 억새군락지 → 증산초교(6.9km, 3시간 35분 )

그리고 남은 이야기

배낭을 벗어놓고 억새 축제장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평일인데다, 축제기간도 52일이나 되므로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한 낮,

따가운 가을햇살을 피해 사람들은 그늘로 스며들었습니다.

행사 마지막 날 폐막식이 끝나면 태우려고 준비한 달집이, 주차장 한쪽 가에 있군요.

歸家길에 들린 정선 시장안 '아리랑공연장'에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제목이라도 알려줬음 좋았을 텐데...

아침에 넘었던 고개 '삽당령'에서 잠시 쉬었다 가고

가뭄에 대비해서 물을 방류하지 않은 덕분에, 강릉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댐저수지는 물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