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8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오늘은 고성 마산봉으로 갑니다.


차창 밖으로 울산바위를 보면서, 문득 지독히도 무더웠던 여름을 생각합니다.
언제까지나 가지않을 것처럼 기승을 부리던 여름도 '백로(白露)' 가 지나면서 밤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히자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저만치 가고 있습니다.

여름이 가면서 하루아침에 이렇게 변할 수 있나 싶게 가을은 성큼 우리곁에 다가오고, 사람들 대부분은 긴팔 긴바지차림입니다.
이젠 춥다고 버스의 에어컨도 꺼버립니다.

고성군 간성읍 흘리에 있는 마산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09시 20분.
서늘한 아침공기는 산행하기에 쾌적한 상태입니다.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마산봉 정상에 올랐다가 병풍바위, 암봉을 거쳐 새이령으로 내려간 다음 박달나무쉼터로 갈 겁니다.
그리하면 대략 11km를 5시간 걸을테지요. 지난 해는 더위가 절정이던 8월 초 였기에 6시간을 걸었었죠.


마산봉은 더 이상은 갈 수 없는 최북단에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외로운 마산봉,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운 마산봉을 찾아가는 길은 풀이 많아 자랐습니다.

풀숲에는 물봉선이 피었습니다.

잡목이 무성한 등산로에 아침햇살이 비치고,

이슬이 채 마르기 전인 풀숲은 축축합니다.

물가에 무리지어 사는 고마리가 발그레한 꽃을 피웠습니다. 물가의 습기가 많은 곳에 사는 고마리는 고만이, 고만잇대, 고마리라고도 부르는데, 꽃이 고만고만하여 '고만이'라고 부르다가 발음의 편리상 '고마리'가 되었다는 說,
질소와 인이 많이 들어 있어 물을 깨끗하게 하는 고마운 이(풀)에서 고마리가 되었다는 說도 있는 풀입니다.

물봉선은 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로 주로 산골짜기 물가나 습지에서 무리를 지어 삽니다.
물가에 사는, 봉숭아꽃을 닮은 풀이라고 물봉선이라 부르는 이 식물 종류로는 분홍물봉선, 흰물봉선, 노랑물봉선 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다 예쁩니다.

땅두릅도 꽃이 피었습니다. 나무처럼 보이지만 사실 다년생풀인 땅두릅은 땃두릅, 독활이라고도 합니다.
땅두릅은 이른 봄 어린 싹을 캐어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데, 땅두릅의 독특한 香은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는 호불호가 갈리는 나물입니다.
땅두릅의 다른 이름 '독활(獨活)'은 땅줄기가 홀로 곧게 자라서 올라간다고 홀로 독(獨),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거나 눕지않고 꼿꼿하게 자란다고 살 활(活), 그래서 '독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마산봉은 거리가 짧은 대신 처음부터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어느 정도 올라가면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처음에는 누구나 힘들어합니다.

오르막이 시작되었습니다.

가파른 길 올라가는 게 힘들다고 나무로 만든 계단과


바윗돌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미끄러지거나 낙상할 수 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안내판도 드믄 드믄 세웠구요.

제일 가파른 구간을 오를 때는 어찌나 가파른지, 마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한발 한발 오르면 그리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는데 매번 마음은 왜 그리도 급한지, 빠르게 오르려고 하니 더 힘이 듭니다.


산앵두가 빨갛게 익었네요.
산앵두는 큰 나무들 아래에 사는, 햇빛을 많이 받지않아도 잘 자라는 반음지성 키작은 나무이며 우리나라 고유의 특산식물입니다.
해발 200~1,800m에서 자라는 이 나무의 열매를 말려서 달여먹으면 장염과 천식, 당뇨와 위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죠.
그렇지만 이 나무는 눈에 잘 띄지않아서 일년에 한그루 정도 볼 뿐입니다. 주변에는 보이질 않고 산행길에 어쩌다가 만나는 나무입니다.


10시
첫번째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오르막이 있어도 완만하며, 된 오르막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까탈스럽지만 이후로는 그저 여늬 산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을 한 산입니다. 적당히 올라가고 내려가고, 흙길을 밟다가 바위로도 가고...


산행을 하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할 경우를 대비해서 세워 둔 국가지점번호 표지판.
뜻밖의 사고로 도저히 걸을 수 없을 때는 이 번호를 보고 구조요청을 하면, 보다 빠르게 구조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걸 보면 그냥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눈여겨 보며 가세요.


등산로는 정비를 하지 않은 것 같아 보여도, 나름 손길이 많이 간 흔적이 보입니다.

위험하다싶은 곳에는 통나무에 쇠밧줄을 매었구요, 이정표는 심심찮게 세웠습니다.

들꽃이 별로없는 이 산에도 가을이 오고 꽃이 피어납니다.



줄기끝에 노란꽃이 피어나는 금마타리가 이 산에 살고 있었네요.
마타리, 금마타리, 뚝갈들은 마타리속 식물로 그 중에서도 제일 예쁜 금마타리는, 꽃이 진 지금 씨앗을 맺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금마타리는 우리나라의 특산식물이며 희귀, 멸종위기 식물이기에 외국으로 반출이 금지된 식물입니다. 산림청 우선보호식물 122위 이구요.
전국의 높고 깊은 산 바위틈이나 햇볕이 잘 드는 다소 건조한 능선 바위틈이나 길 가장자리에 자라는 금마타리 꽃은 내년 늦봄에야 볼 수 있겠습니다.

10시 05분
두번째 쉼터에 왔습니다.

정상까지는 500m 남았답니다.

나뭇잎은 아직 푸르릅니다.

하늘향해 높이 자란 신갈나무의 무성한 가지들은 하늘을 가리고 있습니다.
저 초록빛 싱싱한 나뭇잎을 보면 여름이 좋기는 한데, 그 여름이 너무 더운게 문제입니다.


'마산봉'은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과 토성면에 걸쳐 있는 산입니다.
진부령 인근에 위치하는데, 산 형상이 말(馬) 등과 같다 하여 마산(馬山)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마산봉(馬山峰)'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1911년에 간행된『조선지지자료』에는 간성군(杆城郡)의 대대면(大垈面) 죽포리(竹泡里)와 토성면 원암리(元巖里)에 두 곳의 마산이 기록되어 있는데 오늘날의 마산은 토성면 원암리에 기록된 곳이라고 해요.
"해동지도"를 비롯한 고지도와 조선시대 지리지에 마산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마산봉은 백두대간의 일부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백두대간 남한의 최북단이기에 더 이상은 가지 못하고, 백두대간 종주 팀도 발걸음을 멈춰야 하는 곳입니다.

마산봉은 금강산 1만 2천봉 가운데 하나로 설경이 뛰어나 건봉사(乾鳳寺), 천학정(天鶴亭), 화진포(花津浦)등과 함께 고성8경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남한쪽 백두대간의 북단에 있어서 과거엔 신선봉에서 미시령으로 이어지는 등산코스도 있었지만, 지금의 신선봉은 비탐구역이라 갈 수 없습니다.




이 산에 금강초롱도 살고 있었네요.

우리나라 중부지방 고산지대에 사는 금강초롱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고유식물로, 전세계에 오로지 1속 1종 밖에 없는 희귀식물입니다.

미역취 한포기가 가을이 왔다고 노란꽃을 피웠어요.

산앵두가 빨간 열매를 달고 있구요.

주위를 살피며 걷다보니 마산봉 턱 밑까지 왔습니다.

30m를 가면 정상입니다.


구절초 꽃 한송이가 피었건만, 아뿔사 반가운 마음에 급히 찍다보니 선명하지를 못하네요.
이 가을, 오늘 처음으로 보는 구절초였는데 사진이 이 모양입니다.

10시 35분
해발 1,052m, 마산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석 옆 바위에 올라가 바라 본 북녘.
오른쪽 산봉우리에 흰점처럼 향로봉이 보입니다. 향로봉은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러나 1년에 딱 한번, 10월중에 백두대간 향로봉 탐사 트레킹대회가 열리면 그때에 가 볼 수 있습니다. 진부령 정상에서 향로봉 정상까지 편도 18km(왕복 36km, 소요 시간 약 7시간)를 걷는데, 올해는 10월 16일(금), 17일(토) 이틀간 개최한답니다.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비무장지대(DMZ) 및 민통선 이북 지역을 합법적으로 걸어볼 수 있는 1년에 단 한 번뿐인 특별한 트레킹 행사로써, 여기를 갔다가 와야 백두대간을 완주하는 것입니다.

이 대회는 2018년 4.27일 65년만에 처음 개방한 이후로 매년 실시하고 있는데, 진부령과 향로봉 구간은 전국 산악인들에게 있어 백두대간 종주를 위한 꿈의 등반코스로 불립니다. 남북정상 판문점 선언에 따라 남과 북의 민족적 화해와 단합,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기원하며 일반인이 출입하지 못하는 백두대간 마지막 종주점인 향로봉을 개방하여 탐사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최하는 이 대회는, 1년에 한번 200명의 선택받은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곳이죠.
참고로, 향로봉 트레킹대회 지도와 참가신청 안내문을 올려봅니다.

이번 행사는1박 2일로 이루어지며, 2026. 10. 16. 참가신청을 하고 등록한 참가자만이 2026. 10. 17. 향로봉 입산이 가능합니다.
온라인 신청 : http://백두대간향로봉.kr
– 참가 신청일 : 2026년 9월 21일(월) 09:00 ~
– 추가 참가 신청일 : 2026년 9월 30일(수) 09:00 ~
나이 : 2008년 9월 30일 이전 출생자(만 18세이상)
– 참가비 : 40,000원
– 참가비 입금 : 9월 21일 은행 마감 시간(18:00시)까지
– 추가접수 참가비 입금 : 9월 30일 은행 마감 시간(18:00시)까지
– 입금계좌 : 농협은행 352-2227-0266-93 예금주 양가영
참가 신청일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참가 의향이 있다면 백두대간 향로봉.kr을 방문해서 더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마산봉은 오늘처럼 날씨가 좋을 땐, 향로봉과 비로봉을 비롯한 금강산 연봉까지 볼 수 있답니다.
특히, 마산봉에서 바라보는 동해안의 절경과 겨울 설경은,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하드군요.

과거에는 오른쪽 바위위에 마산봉 표지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위는 삐죽 뾰족해서 발 디딜곳도 마땅찮고 서 있기도 불편해서, 바위옆에다 정상석을 새로 설치를 했습니다.

곤드레 꽃위에 나비 두마리가 날아와 앉았습니다.


따가운 햇빛을 피해 나무그늘에서, 후미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백두대간 인증장소이기에 인증사진도 올려보고

노란리본이 매달린 길로는 가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는 전방이라서 軍部隊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10시 45분
이제 슬슬 내려갈 준비를 합니다.

점심은 암봉에 가서 먹으면 딱 맞을 것 같군요.


이정표 앞에서 병풍바위 쪽으로 향합니다.

병풍바위까지 거리는 1km.

길은 형편없습니다. 맨 돌맹이 투성인데다 가파르기까지 합니다.

이번에는 투구꽃을 만났습니다. 보라색 투구꽃은 풀숲에서 유난히 더 도드라져보여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는 여섯갈래로 가지를 뻗은 나무를 만났죠.

이리 휘고 저리 휜 나무는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아 무척이나 안쓰러워 보입니다.

가다보면 이따금씩 만나는 꽃 중에 '진범'도 보입니다.
같이 걷는 일행이 진범꽃이 오리를 닮았다기에 가까이에서 보니 오리처럼 생겼네요.


11시
갈림길에서는 오른쪽, 병풍바위로 갑니다.

병풍바위 가는 길옆에 오리방풀이 소박한 모습의 꽃을 피웠습니다. 잎 끝이 거북이 꼬리처럼 생긴 오리방풀은, 잎 모양이 오리를 닮았다고 해서 오리방풀이라는 說도 있다는 군요. 전국의 산길 습기가 많고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 오리방풀은 '산박하'와도 비슷한데, 산박하는 잎이 깻잎을 닮아 '깻잎오리방풀'이라고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오리방풀 전초를 연명초(延命草)라 하며 건위제 등으로 쓴답디다.

참나물꽃도 탐스럽게 피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꽃이 크길래 기름나물 종류인가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참나물입니다. 참나물꽃이 이렇게 큰 건 처음 봐요.

다시 또 만난 금강초롱.
금강초롱의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 (Nakai) Nakai로, 한반도의 식물을 연구하던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 이 1902년 금강산에서 채집하여, 1871년 조선의 초대공사로 부임한 '하나부사' 일본공사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인데,
그의 연구 상당수가 조선총독부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기에, 금강초롱꽃속의 학명 또한 초대 조선공사를 지낸 하나부사 요시모토의 이름에서 따서 붙였다고 합니다. 일본 초대공사 하나부사를 기리는 속명 하나부사야(Hanabusaya) 도 그렇고, 우리의 특산식물인데도 분포지를 발견지인 조선이 아닌, 아시아産이라는 뜻의 'asiatica'로 분포지를 넓힌 종소명도 문제고, 명명자 Nakai가 두번이나 들어간 것도 자존심 상하다며 금강초롱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분통이 터질 노릇이라고 말합니다.


11시 15분
병풍바위에 왔습니다.

병풍바위는 안내문에도 있는 것처럼 마산봉과 대간령 사이에 있는데, 바람을 막으면서 병풍을 두른 것처럼 생겼다고 병풍바위라 합니다.

해발 1,075.5m의 병풍바위에서 바라 본 북쪽 향로봉 방향.

병풍바위로 내려가 봅니다.
험하게 생긴 바윗돌 사이로 잡목들이 엉켜서 자라는 곳이라 조심해서 내려갑니다. 걸려서 엎어졌다 하면 진짜 크게 다칩니다.
안전을 위한 밧줄도 세찬 바람에 끊어져 버렸습니다.

병풍바위는 봄이면 각양각색의 야생화가 피어나고, 여름이면 산의 푸름과 상쾌함을 느낄수 있고,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과 운해가 산에 끼면 마치 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어 훨훨 타다가 연기를 뿜어 올리는 듯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답니다. 겨울에는 허리까지 빠지는 많은 눈과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한발 한발 신중하게 내려와 본 병풍바위

병풍바위는 전체를 다 보기는 어렵습니다. 삐죽 삐죽한 날카로운 바위들은 물론, 억세게 자란 나무와 풀, 마음놓고 딛기조차 어려운 지형 그리고 까딱하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염려가 있어, 이만큼 보는 것도 많이 보는 겁니다.

병풍바위 윗 모습은 이렇구요.

산오이풀 꽃이 피었을 때는 바람이 심하게 불었나 봅니다. 꽃이 핀 예쁜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꽃 답게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들어갑니다.
오늘은 바람이 불지않지만, 평소에는 바람이 말도 못하게 불어대는 악조건 속에서 사는 오이풀이 한편으로는 짠해보입니다.

진달래나무도 모진 바람을 이겨내면서 살기위해 가지를 빽빽히 쳐서 몸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병풍바위에서 올려다 본 하늘엔 새털같은 구름이 퍼져가고

혼자 찾아 온 병풍바위에는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쪼입니다.


11시 15분
새이령으로 갑니다. 가는 길에 암봉도 들려 볼 예정이지요.

새이령까지는 2.6km를 가야 합니다.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오자 금강초롱을 또 만납니다.
들꽃들도 별로 없는 이 산에 금강초롱은 많이 살고 있습니다. 금강초롱이 이리도 많이 있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지 뭡니까.

금강초롱은 자주색, 연한 하늘색 또는 흰색의 꽃이 피기도 합니다.
금강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므로, 금강산에서 자라는 초롱꽃이라는 뜻에서 금강초롱꽃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초롱꽃같이 생겼으나 꽃밥이 붙어 있고 잎에 털이 없으며 윤채가 있는 것이 초롱꽃과 다르죠.
꽃은 8, 9월에 피며, 꽃이 순백색인 것을 흰금강초롱꽃, 흰바탕에 자주빛이 도는 것은 설악초롱꽃, 붉은빛이 도는 것은 오색금강초롱꽃, 붉은빛이 도는 자주빛인 것은 붉은금강초롱꽃이라 하는데, 이 중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건 설악초롱이며, 화채봉 능선을 따라 대청봉 능선상에 자라고 있습니다.


금강초롱꽃에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일제 식민지배의 슬픈 역사가 남아 있습니다. 국제식물명명규약(ICBN)에 보고된 학명이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 거듭되는 얘기입니다만, 일제 강점기, 한반도 식물을 연구했던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이 금강초롱꽃을 발견하고선, 자신을 후원했던 초대 일본공사 하나부사 요시타다(花房義質)의 공을 기린다며 학명의 속명에 하나부사(Hanabusaya)를 가져다 붙이고, 맨 뒤엔 자신의 이름 나카이(Nakai)를 쓴 것입니다.

잠시동안은 평지와도 같은 길을 갑니다.


그러다 오르막을 만나면서 부터, 암봉까지는 나무들이 등산로를 덮은 곳을 헤치며 나아갑니다.

등산로의 나뭇가지들은 팔과 다리를 잡아당기고, 배낭을 붙잡으며 얼굴을 할큅니다. 가지를 쳐내는 정도의 정비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처리할 업무가 많아서 이런데 신경 쓸 여유는 없겠죠?

11시 58분
암봉가기 직전 갈림길에 왔습니다.
과거에는 암봉을 가지않고 바로 내려갈려면 여기서 오른쪽 길로 갔습니다.
암봉을 간다고 해도 험하디 험한 바위를 딛으며 가는 것 보다 안전하다고, 암봉에서 되돌아 와 여기서 내려가기도 했죠.

지금은 대부분 山客들이 암봉에서 내려가기에, 옆길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희미해져 갑니다.
------- 왼쪽은 암봉가는 길, 오른쪽은 암봉을 거치지 않고 내려가는 길.


암봉에 올라서자 조망이 시원스레 펼쳐집니다.
태풍보다 더 강한 바람이 불던 암봉이 오늘은 부드러운 가을 바람이 불어옵니다.

병풍바위를 들르지 않고 지나갔던 일행들이 암봉에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군요.

그들 틈에 섞여서 같이 점심을 먹습니다.

12시
햇살이 마냥 따사롭기만 한 암봉에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새이령으로 내려 갈 바로 앞 바위 봉우리와

저 앞에 뾰족히 솟은 신선봉과 그 옆의 상봉도 바라봅니다.

뒷편에 있는 높은 봉우리가 신선봉, 오른쪽은 상봉

신선봉 아래로는 바위들이 흘러내렸네요.
새이령에서 신선봉을 거쳐 미시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코스는 폐쇄되었습니다. 이 구간은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백두대간 보호지역'이라서 저 신선봉은 갈 수 없습니다.

왼쪽으로 도원리 마을의 저수지도 보이고

신선봉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놀이도 하고


12시 15분
이제 또 슬슬 떠날 채비를 합니다.

밧줄옆으로 암봉을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암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이 바위들을 딛고 갑니다.

이리 저리 마구 뒹그는 바윗돌들

바위들은 날카롭고 마구 뒤엉켜있어 정말로 조심해서 내려가야합니다.

설악산 귀때기청봉같은 길이지만, 귀때기청봉은 그런대로 딛고 다닐만한 평평한 바위들이나 있지, 이건 발을 떼서 디딜곳조차 마땅찮은 그런 너덜길입니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서 한발 한발 내려와야 하는 구간인거죠.


너덜지대를 다 내려왔습니다.


잡목을 헤치며 가다가 만나는, 평화로운 풍경이 있는 곳

왠지 모르게 여기를 지날 때면 마음은 한껏 여유로워지면서 평안해지고, 가슴이 벅차오는 그런 감동같은 걸 느낍니다.
마산봉의 여러 풍경 중 제일 좋아하는 곳이 바로 여기이고, '마산봉'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여기입니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평화로운 이 곳은 직접 와 봐야만 느낄 수 있습니다.



제대로 꽃 핀 산오이풀을 만났습니다. 오이풀 종류 중에서 가장 예쁜 꽃이 피는 산오이풀은 우리나라 설악산, 지리산 같은 고산지대의 습기가 있는 곳에 자생하는 데, 7월에서 10월까지 길게 꽃피며 가을을 대표하는 꽃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산오이풀도 오이풀과 마찬가지로, 잎을 비비거나 뜯어서 다리에 대고 몇번 내리치면 아주 아주 상큼한 오이냄새가 납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가다가 생강나무를 만났습니다. 생강나무는 열매를 다닥 다닥 달고 있었는데요, 꽃과 잎, 줄기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하여 생강나무입니다. 생강나무는 오래전부터 잎과 껍질을 약으로 썼다고 해요. 꽃이나 나뭇가지를 우려내어 차로도 마시는데 매운 맛이 난답디다.
냄새가 특이하여 향수를 만들기도 했구요.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 동박나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이 생강나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동백기름이라며, 머리에 바르고 쪽진 머리를 하셨죠. 김유정은 춘천 출신이라 그의 소설 '동백꽃, 봄봄'에 나오는 알싸한 향의 ‘동백꽃’도 이 생강나무 꽃을 말하는 것이고, 정선아라리의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의 올동박도 사실은 이 생강나무입니다.

내리막길 풀숲에 곤드레도 꽃을 피웠습니다.

새이령에 도착했습니다.

새이령 (대간령,大間嶺)은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신선봉과 마산봉 사이를 넘는 가장 쉽고 짧은 지름길이었다죠.
통행하는 사람과 물자가 많아 고성과 속초의 마부들은 이 길을 통해 수산물을 날랐고,‘마장터’란 이름도 마방과 장터가 있었다고 하는데서 유래했답니다. '새이령'은 고성군의 신선봉(神仙峰, 1204m)과 마산(馬山,1052m) 사이에 위치한 고개로 샛령 혹은 새이령이라고도 불리는데, '진부령(陳富嶺)과 미시령(彌矢嶺) 사이'라는 뜻이랍니다.

새이령으로 내려오면서 왼쪽 2개의 의자가 있는 길은 도원리로 갑니다.
오른쪽길은 용대리로 가는 것이구요.
서너해 전에는 도원리로 간 적이 있었는데, 그 길은 썩 좋지도 않고 산을 내려 간 후에는 마을까지 포장도로를 걷는 지루한 길이었습니다. 거리는 이쪽이나 저쪽 다 비슷했구요.


새이령에 쌓아놓은 돌탑 들

새이령을 조선시대에는 소파령(所坡嶺), 석파령(石破嶺)이라고 불렀다 해요. 이 길은 1,600년 전에 생겼는데 동해안의 고성지방 해양산물과 내륙의 인제지방 농산물을 교류하는 보부상들이 왕래하던 고갯길이었답니다.

'출입금지 표지'가 있는 쪽은 신선봉으로 가는 길이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비탐이라 가면 안되는 길입니다.

12시 45분
물기가 많고 축축한 곳이라 물봉선이 피었습니다.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아 후미팀을 기다려도 보고...

여기서 마장터까지는 2.4km라 합니다.
마장터에서 도착지인 박달나무 쉼터까지는 또 그만큼(2.78km)의 거리를 걸어야 하죠.



가다보면 이렇게 길 바닥에 물이 흥건한 곳을 지나가기도 합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에 다다랐을 때는 물속에 발을 담그어 봅니다.

땀에 젖은 몸을 씻었으면 좋으련만 물이 얕아서, 그저 찬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개운한 게 피로가 풀리는 것 같습니다.



개울은 몇번씩 건너야 합니다.

숲길을 걷다가 또 개울을 건너고




13시 30분
'인제 천리길' 인증 스탬프함이 있군요.
이 길은 '인제 천리길 7-2구간' 입니다.

송이풀이 꽃 피면 송이가 난다고 하는 '송이풀' 연분홍 꽃이 피었습니다.

예전에는 '마방과 장터가 있었다'고 하는 마장터에 왔습니다.
나무로 만든 대문이 보이죠? 그 안쪽에 집이 보이는데, '정씨 집'과 '통나무집'이 있습니다.

남의 집에 불쑥 찾아가는 것도 그래서 그냥 지나갑니다.
이 집은 某 TV에 '나는 자연인이다'에도 나왔다고 하드군요.


갈림길
여기에서 용대리 방향으로 갑니다.
이따금씩 흘리 방향으로 갔다가 알바를 하고서 되돌아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곳이죠.


산행 경력이 많지 않던 시절에 산악회 일을 맡고서 나름대로 잘 해보려고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가보지 않은 산들이 많았으므로 어떤 길로 가야 제일 좋은 코스이고, 그 산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일주일 내내 pc앞을 떠나지 못했었습니다.

갈려고 하는 산에 대해서, 어떤 블로거는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지만 등산지도 하나 다운받으려 해도 막아놓은 이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한번 갔다 온 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보여주려고 많은 사진을 올립니다. 사진과 함께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려주려고 합니다. 개인산행을 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산악회 버스로 타지역으로 이동하고 또,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른 산이 대부분이므로, 미미하나마 산악회의 관계자분이 산을 잡는데 있어 도움이 되고자 그리합니다. 사진도 마음대로 퍼 갈 수 있게 막지 않았습니다.

블로그를 몇번 보다보면 안 가본 산도 가본 것 처럼 훤히 알게 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에 그만해야지, 이제는 그만 해야지 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하는 이유를 물어보시는데요, 너도 나도 YouTube를 하는 요즘세상에 아직도 블로그를 접지 못하는 이유를 이제 아셨는지요?


13시 47분
작은 새이령에 왔습니다.

작은 새이령은 성황당이라죠. 그래서 나무아래에는 늘 제물이 차려져 있습니다.


작은 새이령에도 인제 천리길 스탬프함이 있습니다.

바로 아래에는 맑은 샘물이 나오는 샘터가 있구요.


샘물은 물맛이 좋아 물병에도 담아 갑니다.

나무 표피가 매끄러우면서도 근육질인 서어나무.
서어나무는자작나무과에 속하는 갈잎 큰키나무입니다. 서어나무를 한자말에 '서목'이라 하여 서쪽에 있는 나무란 뜻으로 서(西)나무, 서어나무가 된 것으로 짐작한다죠. 서어나무꽃은 암수 한그루로 5월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며, 암꽃이삭은 위쪽에, 수꽃이삭은 아래쪽에 늘어집니다.
장수하늘소, 장수풍뎅이, 사슴벌레들이 이 나무에 서식한답니다.

강원도 백두대간구간 능선상에 있는 소나무들이 신갈나무 같은 참나무들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있어, 소나무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상태인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숲은 '숲의 천이'라고 해서 변화를 겪는데, 맨 마지막 단계에서 자리를 차지한 숲을 극상림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양수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나무가 소나무이고, 음수에 해당하는 것이 참나무 종류이며, 서어나무는 음수에서도 제2차적으로 나타난다고 해요. 그러니까 서어나무가 크게 자리잡고 있는 숲은 우리나라 산림에서 천이의 마지막 단계인 극상에 도달했다는 것이죠.

우리나의 숲을 수백년 동안 가만히 놔둔다면, 결국은 서어나무가 한반도를 뒤덮게 되고 그래서 서어나무를 "숲의 지배자"라 한답니다.
황폐화된 우리의 땅에 처음에는 양수성 침엽수인 소나무가 숲을 뒤덮고 있다가, 소나무가 하나 둘 수명을 다하면 그 빈 자리에 때죽나무, 쪽동백, 진달래 등의 음수성 관목들이 자라나고, 이 관목들이 토양을 비옥하게 하면 키가 큰 교목인 참나무가 자라는데, 이 참나무가 수명을 다하고 난 뒤의 자리에 서어나무가 숲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라는 겁니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에도 금강초롱이 눈에 띕니다.
옛날 금강산 깊은 골짜기에 부모를 여의고 단둘이 살던 남매가 있었습니다.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떠난 오라버니가 밤이 깊어도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된 누이는 초롱불을 들고 높은 고갯마루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오라버니를 애타게 기다리다 지쳐서 숨을 거둔 누이의 손에서 초롱불이 떨어졌고, 이듬해 그 자리에는 누이의 애틋한 마음을 닮은 초롱모양의 보랏빛 꽃이 피어났다고 하는 금강초롱의 전설입니다.


산을 내려와, 지금은 묵밭이 되어 풀이 무성하게 자란 곳을 지나고



이 개울을 건너면 오늘의 종착지 '박달나무 쉼터'에 도착합니다.


10여년 전, 그때는 산악회 버스들이 정차하던 장소였던 게 여름 피서철이 되면 주차료가 문제가 되면서 지금은 아예 차량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했습니다.

물놀이 온 사람들도 여기에 주차하면 좋을 텐데, 많이 시끄러웠던가 봅니다.

14시 22분
마산봉 산행기도 이만 접습니다.
오늘은 5시간 걸었습니다. 거리는 11.5km 였구요.

산행코스: 마산봉주차장 - 쉼터 - 마산봉 - 병풍바위 - 암봉 - 새이령(대간령) - 마장터 - 작은 새이령 - 박달나무 쉼터(11.5km,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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