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행사

"2025 강릉 망월제" 행사장을 돌아보다.

adam53 2025. 2. 14. 15:28

2025. 2. 12

정월대보름인 음력 1월 15일, 단오제 행사장인 남대천 둔치에서는 '강릉망월제(望月祭)'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행사장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녀보았죠.

강릉시가 주최하고 임영민속연구회가 주관하는 '강릉망월제'는, 민속체험과 시민어울림 한마당으로 민속놀이와 윷점과 소원 글쓰기, 농악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대보름의 세시풍속을 시민들이 현장에서 체험하는 축제입니다.

정월대보름은 음력 설날이 지나 첫 보름달이 뜨는 날로, 옛사람들은 부럼과 오곡밥, 귀밝이술 등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소원을 빌었었죠.

대보름 망월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잊혀져가는 우리의 전통 민속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해가는 '임영민속연구회'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며, 강릉 망월제는 올해로 35회를 맞이했습니다.

강릉망월제 시작은 1991년 신미년에 처음했었다고 해요.

강릉망월제는 (사)임영민속연구회의 대표적인 행사인데요,

임영민속연구회는 강릉단오제와 강릉의 세시풍속, 기우제, 용굿 등 다양한 민속관련 학술행사를 개최하여 지역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남산교 아래 둔치에는 '망월 제례'를 지낼 무대를 마련해 놓았네요.

행사장이 잘 보이는 창포다리를 올라가 봅니다.

창포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행사장에는 하나, 둘 행사장을 찾는 시민들과, 위급상황을 대비한 119구급차와 경찰차 그리고 소원을 쓴 종이를 달집에 다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만약을 대비한 안전사고와 차량통제를 위한 안전관리요원도 곳곳에 배치한 것도 보입니다.

어떤 행사장이던 커피와 붕어빵, 와플같은 주전부리를 파는 푸드트럭이 있어야, 축제 분위기가 나면서 마음도 한껏 부풀어 오르죠.

입이 심심하지 않아야 더 신나고 흥겨운 법이거든요.

다리밟기를 하면, 두 다리가 튼튼해 진다는 속설 때문에, 건강한 한 해(年)를 보내기 위한 다리밟기를 할 다리(橋)도 임시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달집을 빙 둘러 소원지( 所願紙)를 매다는 사람들

아빠와 함께 하는 연날리기는, 연을 날리는 아이들보다 아빠들이 더 즐거워하고

윷점, 투호놀이, 소원지 쓰기 등 체험부스마다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곶감약밥' 시연회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군요.

무대 바로 앞에는 신명나는 농악이 흥을 돋구고

영하 11도까지 내려가던 기온이 오늘은 많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얼어붙은 남대천 가장자리는 봄이 다가오는데도 녹을 생각도 않합니다. 

곶감약밥의 재료 준비와 조리법과 전통적인 약밥만들기를 시연하는 곳에는 진지한 모습으로 경청을니다.

오늘의 이 시연회는 유네스코 미식(美食) 창의도시 사업 로컬푸드 연구개발 체험행사의 일환인데요, 

‘강릉곶감약밥’은 집집마다 감나무가 있던 강릉땅에서 흔히 만들던 곶감을 활용해 만든 것이며, 한 해의 액운을 막고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웃들과 나눠 먹던 대표적인 정월대보름 절식의 하나입니다.

곶감약밥은 이렇습니다.

몸에 해롭다고 지금은 음식에 설탕을 넣는 걸 기피하고 있지만, 설탕이 귀하던 과거에는 명절선물로 설탕이 최고였던 시절이 있었죠.

약밥은 달짝지근해야 맛있는데 단맛을 낼 설탕은 귀하고, 그래서 단맛을 내기 위해 곶감으로 약밥을 만들었는데, 씨를 발라 낸 곶감과 껍질을 잘 치대서 뭉근하게 조려낸 물로 찐 찰밥에 밤, 대추, 잣 등을 넣고 두,세번 쪄서 만든게 곶감약밥입니다.

이 곶감약밥은 이웃들과 나눠 먹던 전통문화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행사가 끝날 무렵에 한개씩 나눠줄 겁니다.

'전통 민속놀이 체험' 부스에서는 독수리연, 방패연, 꼬리연 등 여러 연(鳶) 들 중, 마음에 들어하는 모양의 연을 무료로 나눠주고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소원지 쓰기' 부스에도 줄을 섭니다.

간절한 소망을 적은 소원지는 달집에 둘러쳐진 새끼줄에 감아서, 달집과 함께 태워보내면서 하늘에 소원을 빕니다.

윷점보기 체험장에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립니다.

윷을 던져서 나오는 걸 보고, 점을 쳐서 올해의 신수를 알아보는 거죠.

'윷놀이'는 점점 사라져가는 세시풍속 중 하나입니다.

겨울이 오면 화롯불을 곁에두고 뜨뜻한 아랫목에 둘러앉아서 윷놀이를 했었지만, 주거환경이 바뀌고 생활환경이 바뀐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죠.

사라져 간 풍속 중에는 '더위 팔기'도 있습니다.

보름날 아침에 '아무개'야 하고, 이름을 불러서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라'고 했었지요. 에어컨이 없던 그때에는 그렇게 더위를 팔고 나면 그 해 여름은 무더위를 모르고 건강하게 여름을 난다고 했었습니다.

나이를 먹은 지금에 친구들에게 '내 더위를 사라'고 했더니, 그들은 껄껄껄 웃어댑니다.

'달맞이농악대'의 지신밟기도 막바지에 이르고

뭐니 뭐니해도 농악의 꽃은 '상모돌리기'입니다.

관람객들은 농악의 절정인 상모돌리기를 보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지신밟기가 끝나고,

저녁 6시가 되면서 망월제례를 지냅니다.

집사와 삼헌관이 자리를 했습니다.

오늘의 제관(祭官)은 김홍규 강릉시장, 최장길 강릉농협장, 동석범 한산오독떼기 보존회장.

세 집사가 절을 하고 난 뒤, 

초헌관인 강릉시장이 엎드려 절하고, 祝文 독축(讀祝)이 있습니다.

(아래의 맛보기 동영상 참조)

"엎드려 생각하건데 시사지신과 시직지신은 모든 생명을 길러주시고 보호해 주시는 으뜸 존령(尊靈)이십니다.

신들의 하늘아래 신들의 땅 위에 사는 강릉시민들은 정월 대보름이면 대대로 제단을 만들고 머리를 숙이며 여기에 모였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데 신들의 땅에 사는 강릉시민을 보살펴 주십시오. 

물과 불과 가뭄의 화를 막아주시고 재난과 환란을 막아 복이 깃들게 해 주십시오. 알맞은 해와 바람과 비를 내려주시어 산과 들과 바다가 풍요롭게 해 주십시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시고 가축과 모든 곡식이 번성하게 해 주십시오.

창궐하는 각종 전염병을 몰라내어 모든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살펴 주십시오.

을사년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사직지신께 정성을 다하여 진실한 마음으로 제수를 올립니다. 흠향하시옵소서."

초헌관의 사배(四拜)에 이어 아헌관의 사배

종헌관의 사배도 끝났습니다.

김홍규 市長의 祝辭가 이어집니다.

...오늘 시민들과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게 되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올 한해의 소망을 적어서 달집과 함께 날려버리고, 그동안의 근심 걱정을 덜어버리는 그런 보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올 한해에도 시민 여러분 강건하시고, 뜻하시는 모든 일 이루시는 을사년이 되기를.....

최익순 시의회 의장의 축사도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을사년 망월제에 참여해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예롤부터 정월대보름은 한해의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부럼을 깨고 둥근 달을 보며 한해의 액운을 막고 소망을 기원하는 날입니다.

시민여러분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소원 하나씩 꺼내어 보름달처럼 맑고 희망찬 한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축사가 끝나고 난뒤, '어부식'을 진행할 집사와 삼헌관을 선두로 남대천 물가로 향합니다.

부식(魚付食)이란, 액을 막기 위하여 제웅을 버리거나 깨끗한 종이에 밥을 싸서 물에 던져 넣는 풍습입니다.

세시기에는 “깨끗한 종이에 흰밥을 싸서 물에 던지는 것을 어부시라 한다.”고 했습니다.

영동 지방에서는 주로 '어부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가정의 안녕을 축원하는 민간신앙 의례인 '어부슴'은 농어촌에서 두루 행하지만, 어촌과 삼척 등 영동지방에서 일반화된 액막이 풍속이 '어부식'입니다.

새해에 운수가 대통하기를 기원하는 가정의 안택(安宅) 행사인 '어부슴은', 물고기나 오리에게 밥을 베풀어 먹이기 때문에 ‘어부시(魚鳧施)’라고도 합니다.

새해에 기대가 크듯이 그해의 운수를 점(占)치는 것이 우리 민족의 풍속이죠.

운수가 불길하면 예방을 위하여 무당에게 푸닥거리나 굿을 시키지만 대개는 자신이 방편을 써서 액막이를 하는데, 그 중 한 가지 방편이 어부식(魚付食, 魚鳧食)입니다. '어부식'을 할 때는 대개 밥 세 접시를 떠놓고 달에게 빌고 나서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와 밥을 물에 띄어 보냅니다. 삼척 지역에서는 정월 열나흗날 저녁 또는 대보름 새벽에 강이나 바다에서 집안 할머니, 어머니인 여성이 물에서 아이들 안전과 집안이 잘되는 것을 용왕에게 비는 의례로 '어부심', '어부슴'이라고도 한답니다. 삼척 원덕읍 갈남리에서는 대보름날 밤에 어부식을 하는데, 바닷가에 나가 밥 세 접시를 놓고 달을 향하여 가정의 무사안녕을 빈다고 해요. 짚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서 밥과 함께 물에 띄워 보내기도 한다고도 하죠. 아이들이 운이 없다고 하면 밥, 나물 등을 몇 접시 더 떠 놨다가 동전과 함께 봉지에 싸서 물에다 던지면서 “액막이 한다.”고 알리고 “좋게 해 달라.”고 빌기도 한답니다.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이 동시에 액막이용 지푸라기 인형을 강에 던졌습니다.

삼헌관(三獻官)은 물론, 시민 모두 다 저 짚 인형이 한해의 모든 액을 가져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어부식이 끝나고 달집태우기를 합니다.

저마다 가족들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바라는 소망을 담은 소원지를 달집과 함께 태웁니다.

(달집태우기 동영상을 잠깐 보고 가요.)

달집을 태우면서 절을 하면 1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고, 여름철 무더위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죠.

달집이 활활 잘 타오르면 그해에 풍년이 들고, 잘 타지 않거나 꺼져 버리면 흉년이 든다고 한답니다.

망월제례를 지낸 제단앞에는 소지를 올리려는 시민들이 줄을 섰네요.

달집이 활활 타오르자, 답교놀이를 하려고 설치한 다리위에는 '사천 하평답교(江陵沙川荷坪踏橋)놀이'가 시작되었죠.

강릉 사천면 진리마을과 하평마을의 다리뺏기 놀이인 '하평답교놀이'는 1993년 제3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좀상날 억지 다리뺏기 놀이'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으며, 2001년 제42회 전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답니다.

'좀상날'은 음력 2월 6일로 농경사회에서 옛날부터 한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던 날이구요.

과방에서는 관람객에게 순두부와 곶감약밥을 나눠줬습니다.

곶감약밥입니다. 보기에도 아주 맛있어 보이죠?

마지막 행사는, 성산면 금산리 '건금마을 용물달기'입니다.

제2회 도(道) 무형문화축제에 참가해서 국무총리상까지 받은,

사라져가는 우리의 문화를 재현한 행사인 '건금마을 용물달기'는 정월 대보름 전날 오후에 마을에서 행하는 행사로,  건금마을의 임경당에서 용천제를 시작으로 용물달기, 마당놀이, 대동한마당으로 진행되며 관람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이 '용물달기'는 475년 전부터 매년 마을행사로 진행되어 왔었지만 60여 년 전에 맥이 끊겼던 것을, 2005년 강릉농업기술센터로부터 농촌건강 장수마을로 선정되면서 다시 재현되었는데요, 어저께 마을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오늘 또 선보이는 겁니다.

건금마을 '용물달기'는 용수기원제 형식의 정월 대보름 놀이로, 대보름 전날 저녁 짚으로 水神인 용의 모양을 만들어 우물로 옮겨서 용천제를 지냈는데, 예전에는 정월 대보름날의 하루 중 하늘이 처음 열리는 가장 좋은 시간인 자정에 제사를 지냈지만, 지금은 지역주민들만의 행사가 아닌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즐기는 행사가 되기를 바라면서, 대보름 전날인 음력 1월 14일 4~5시쯤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정월대보름 망월제는 모두 끝났습니다.

구름에 가렸던 달님도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올 한해도 소망하는 모든 일 뜻대로 이루기를, 건강과 행운과 행복이 가득한 그런 한 해가 되기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