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산행, '소백산' (초암주차장에서 삼가주차장까지)
2025. 5. 20
소백산은 1년에 한번 정도는 찾아가는 산입니다.
그 소백산을 오늘은 길고도 힘들게 걸어봅니다. 배점주차장에서 삼가주차장으로 갈꺼거든요.
오월 하순에 접어드는 요즘은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이 무색할 정도의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소백산도 한낮 기온이 30도나 된다는 데, 이거 산행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뭔일이랍니까? 대관령을 넘으면서 비가 막 쏟아집니다. 오늘 비 소식은 전혀 없었는데 이런 낭패가 또 어디 있을까요? 줄곳 내리던 비는 제천휴게소에 들릴 때 가늘어지긴 했지만서도.....
목적지인 영주시 순흥면에 왔습니다.
순흥면의 회전로터리엔, 순흥면의 특산물인 '복숭아'를 홍보하는 조형물이 보입니다. 순흥면 특산물은 복숭아인가 봐요.
--------- 순흥면은 조선시대 (1413년)에 흥주 도호부가 있던 곳으로, 고려의 유신 '안향'의 고향이며 소수서원이 있는 곳입니다.
도호부를 둘 정도로 중요했던 고을이었지만,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순흥부사 '이보흠'이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당하였는데, 이때 순흥읍내의 남자들은 젖먹이까지 남김없이 죽임을 당해, 30리 일대는 피로 물들었답니다.
1683에 금성대군과 사육신을 신원하고, 단종복위운동의 역사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순흥도호부가 다시 복구되었었지만, 아무튼 그로 인해 폐읍이 되었다가 230년 후에야 예전의 독자적인 행정구역으로 복위, 현재는 영주시의 일부인 '영주시 순흥면'이 되었습니다.
10시
초암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습니다.
당초엔 순흥면의 배점주차장에서 산행시작을 하려했지만, 오늘의 산행거리도 멀고 날씨도 무덥고 해서 배점주차장에서 600m 거리의 초암탐방지원센터까지 올라 온 다음 첫발을 뗍니다.
초암주차장은 공사중이라서 주차를 할 수 없는 상황이더군요.
주차사용료는 공사가 완료되면 내겠죠 .
대관령을 넘을 때 부터 내렸던 비는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이 드러났습니다.
아침인데도 덥군요. 이거 오늘 땀 깨나 흘리겠는데요.
주차장을 나오면 바로 여우조형물이 보이는데요, 왠 '여우상(像)'이냐구요?
순흥면에는 '여우생태관찰원'이 있습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10시에서 16시까지 전문해설사의 안내로 여우를 볼 수 있습니다.
반드시 사전예약을 해야만 되고 현장예약도 가능하지만, 해설사와 함께 다니면서 여우를 관찰하려면 정해진 탐방시간까지 대기해야합니다.
'여우생태관찰원'은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에서 2016년에 개관하여 운영하는 시설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토종 붉은 여우(Vulpes vulpes peculiosa)를 복원하고, 사고를 당했거나 질병에 걸린 여우를 보호하며 회복시킨 뒤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관람료는 무료이니까, 영주지역을 여행하실 땐 들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린이와 함께 방문하면 더욱 좋죠.
가다 보면 눈에 보이는 이 이정표.
소백산 가는 길은 초암사 방향 도로입니다.
'순흥향교 6km'를 가르키는 이정표는 무시하세요. 산을 향해 가르킵니다. 이정표 방향이 잘못된거죠.
------------- 순흥면에는 2019년 7월 10일 제43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소수서원이 있습니다.
소수서원은(紹修書院)은 1541년(중종 36) 7월에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周世鵬)이, 1542년(중종 37) 8월에 이곳 출신의 성리학자인 안향(安珦)을 배향(配享)하는 사당 공사를 시작해서, 1543년 8월 11일에 완공하여 안향의 영정을 봉안한 한국 최초의 사액서원입니다.
죽계 2교를 건넙니다.
고광나무꽃이 피고 있습니다.
초암사 일주문을 지나
죽계계곡의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갑니다.
물소리는 제법 우렁차군요.
'초암사'는 길 바로 옆에 있지만, 그냥 지나갑니다.
2021년 5월 27일의 소백산 산행 때는, 오늘과는 정반대로 삼가주차장에서 배점주차장으로 오면서 '초암사'를 둘러보았기에, 그냥 가는 겁니다. 그리고 내려오면서 들려보기는 쉬워도, 갈길이 바쁜데 올라가면서 둘러보기도 쉽지 않거든요.
'초암사'는 의상대사가 호국사찰을 세우고자 산수 좋은 이 곳에 초막을 지어, 임시거처를 정하고 명당자리를 골라 부석사를 세운 뒤, 초막을 지었던 곳에 절을 지어 초암사라 했답니다.
초암사 대적광전
'대적광전'은 비로자나부처님을 본존불로 모신 법당입니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신 곳이구요.
지금부터 산길로 접어듭니다.
고추나무 꽃이 활짝 피었네요.
고추나무꽃이 이렇게 활짝 핀 건 처음 봅니다.
국망봉 가는 길은 '죽계구곡' 옆이라, 계곡을 보며 올라갑니다.
죽계(竹溪)가 처음 알려진 것은 고려 때 '안축'의 '竹溪別曲'이었답니다. 후일 주세붕과 퇴계 이황이, 물소리가 노래소리 같다고 해서 '竹溪九曲'이라 이름지었다는 데, 느긋하게 하는 산행이 아니라서 '죽계9곡'을 하나 하나 볼 여유는 없습니다.
갈림길에 왔습니다.
왼쪽은 달밭마을로 가는 소백산둘레길 1코스입니다. 3시간 가량 걸린다 하죠. 그 길에는 족욕카페도 있다는 군요.
직진하면 국망봉을 거쳐서 비로봉, 삼가주차장으로 가는 것이구요.
여기서 직진합니다.
초암사에서 국망봉까지는 4.4km
보통사람들의 걸음으로 3시간이 걸린다 해요.
10시 15분
고추나무 꽃망울
소백산 등산코스는 7개 정도 있습니다.
초암사, 삼가동, 희방사, 죽령, 어의곡, 천동 그리고 도솔봉 코스가 있는데 겨울에는 눈꽃산행, 5월과 6월은 철쭉 산행을 하려고 많이 찾아옵니다. 완만한 능선이 좋아서 찾아오는 山客들도 많죠.
'소백산 철쭉제'는 매년 5월 말일에서 6월 1일까지 개최합니다. 산이 높아 봄이 더디게 오고, 그래서 철쭉꽃이 늦게 피기 때문이죠.
철쭉제도 시기를 잘 맞추면 그 기간에 꽃을 볼 수 있는 거고, 때가 안 맞으면 꽃이 없는 철쭉제 행사를 합니다.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자연이 하는 일이므로 인간이 억지로 할 수는 없는 겁니다.
사실 오늘도 말(言語)로는 '소백산 철쭉산행'이라 하지만, 아마도 십중 팔구는 철쭉꽃을 보지 못하리라는 걸 우리는 알고 갑니다.
소백산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직원 2명이 전기톱을 들고 가는군요.
등산로 어딘가에 나무가 쓰러져있다는 제보를 받고서 제거 작업하려고 가는 가 봐요.
계곡물 소리는 시원스럽습니다.
화창하다 못해 무더운 날씨때문에 온 몸은 땀에 흥건히 젖어가는 데, 시냇물에 땀 좀 식히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군요.
계곡물에 연신 수건을 적시며 가는 일행.
조금 가다가 들리고, 조금 가다가 수건을 적셔 땀을 닦습니다.
눈이 시원해지는 연두색 이 색감 좀 보세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숲 그늘에는 '풀솜대'가 피었습니다.
한국, 중국, 극동 러시아 등지에 분포하는 풀솜대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으며, 사지마비, 생리불순, 종기. 타박상에 약용으로 이용하는데,
보릿고개 때 주린 배를 채워 준 고마운 나물이라고 '지장보살'이라고도 합니다. 왜 지장보살이냐구요? 지장보살(地藏菩薩)은 육도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이며, 지옥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극락세계로 안내하는, 인간에게는 더 없이 고마운 보살이거든요.
산과 들의 그늘진 곳에 자라는 벌깨덩굴.
꿀풀科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주로 한국, 일본, 중국 등지의 산지에서 자생하는데 어린 순은 나물로, 민간에서는 해열, 해독 작용이 있는 약초로도 사용한다고 해요. 뱀이 입을 벌린, 어떤 이는 메기가 입 벌린 모양이라고 하지만, 풀숲에 피어있는 보라색 벌깨덩굴을 보면 그 모습이 예뻐서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산괴불주머니가 예쁜 꽃길을 만들었습니다.
미나리냉이도 하얗게 무리지어 피었구요.
11시
데크에서 바라 본 동굴.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 바닥은 물이 고여 있습니다.
소백산은 충북 단양군 가곡면과 경북 영주시 순흥면, 경북 봉화군 물야면에 걸쳐 있는 산입니다.
충북과 경북의 경계에 있는 소백산맥의 중심이 되는 산이죠.
최고봉인 비로봉(1,439.5m)을 중심으로 남으로 연화봉, 죽령, 도솔봉, 묘적봉을 거느리고 북으로는 국망봉, 상월봉을 끼고 백두대간 마루금 상에 솟아 있어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산세로, 수려한 경관을 보여 주고 있는 산입니다.
이 산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신성시하여 온 산 중의 하나이며, 국토의 척추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허리나 다리뼈와 같은 중부 내륙의 산으로, 원만한 산줄기의 웅장미로 시선를 집중 시키는 "천상의 화원" 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기도 합니다.
지리산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철쭉 명산'이면서 눈과 바람으로 "설경 제일명산"이라는 명성의 산이며, 산자락에는 천년고찰 부석사, 희방사, 비로사, 초암사 및 구인사 등을 품고 있는 한국 불교의 요람지이기도 하죠.
전망대에 왔습니다.
나무들이 자라 앞을 가려서, 전망대라기 보다는 그냥 편안한 쉼터입니다.
바닥은 야자매트로 깔아서 쉬기에 아주 좋군요.
전망대에서 한숨 돌리고는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국망봉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지금 이 상태로는 더 걸릴 것 같군요.
풀숲에는 자주색 벌깨덩굴
그옆에는 광대수염도 꽃이 피었습니다.
산지의 약간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는 광대수염은, 늦봄이 되면 흰색의 꽃이 줄기를 둘러싸며 피는데, 전체적으로 수염처럼 생긴 털들이 꽃부리에 밀생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광대수염이구요, 어린순은 식용하며 꽃은 약용으로 이용한다고도 해요.
석륜암(石崙庵) 절터에 왔습니다.
여기는 낙동강 발원지라고 하죠.
世宗實錄 지리지(地理誌)에 낙동강은, "순흥(順興) 소백산에서 나와 물이 합하여, 상주(尙州)에 이르러 낙동강이 된다"고 기록하고 있답니다. 또한 정약용의 '경세유표'에는 <경상도에 황수가 있어 남쪽으로 흐르는데, 물의 근원 가운데 하나는 태백산에서 나오고 하나는 소백산에서 나온다>고 기록하고 있대요. 그러니까 낙동강의 발원지는 태백 황지연못과, 여기 순흥 소백산자락이라는 겁니다.
이 바위는 '봉바위'입니다.
지금은 없는 석륜암의 절터 뒷편 18m 높이의 이 바위는, 커다란 봉황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여 '봉바위'라 합니다.
상서롭고 아름다운 상상의 새 봉황은 수컷을 봉(鳳), 암컷을 황(凰)이라 하는데, 옛날 신라시대 이 바위아래에는 석륜암이라는 고찰(古刹)이 있어 절을 찾아 온 신도들이, 봉바위 앞에서 밤낮으로 정성들여 기도를 하면 바라는 대로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하며, 이 바위아래에서 솟아나는 샘물로 목을 축이며 지치고 아픈 다리를 쉬어 갔다고들 합니다.
사진 왼쪽의 바위 아래에는 샘물이 졸졸 흐릅니다.
이 물이 흘러서 낙동강이 된다고 하는.....
석륜암 절터에서 낙동강 발원지인 샘물이 어디있는지 찾아보는 일행(흰 옷 입은 이).
석륜암 절터를 지나면 바로 돼지바위가 있습니다.
돼지같이 생겼다고 돼지바위입니다.
돼지를 닮았네요.
이 바위를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모든 소원이 다 이루어진다고 해서,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온답니다.
다리가 무지 아픕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체력은 바닥이 나 버려, 몇번이나 쉬면서 온 힘을 다해 올라왔습니다.
12시 10분
보드라운 풀과 나뭇잎은 싱그럽지만, 바람 한 점 없는 푹푹 찌는 날씨에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그래도 여기 돼지바위까지 오면 오르막이 거의 끝난다는 생각에, 말 그대로 '젖먹던 힘까지 다해' 오릅니다.
다른 나무들은 이제 꽃을 피울 준비를 해야지 맘 먹고 있는데, 성미 급한 사람처럼 이 철쭉나무도 급한 성격을 어쩌지 못해 연분홍 꽃을 피웠습니다.
길 섶에는 은방울이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구요.
'큰애기나리'도 꽃이 피었습니다.
산지 응달에서 무리지어 피는 '큰애기나리'는 꽃도, 줄기도 '애기나리'보다 더 크기에 '큰애기나리'입니다. 큰애기나리 어린 순도 나물로 먹습니다. 큰애기나리만이 아니라 봄에 돋아나는 풀들은 대개 다 먹을 수 있죠. 다만 은방울꽃, 박새, 동의나물, 삿갓나물, 피나물 등 몇몇 식물은 독성이 있어 먹으면 안되지만...
이 계단은 참 오래된 계단입니다.
국립공원답게 등산로는 정비가 잘 되어서, 올라오는 길 힘들다 싶은 곳엔 계단이 새로 놓여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오늘따라 산행이 힘든 건 컨디션도 컨디션이지만, 30도나 되는 찌는 듯한 날씨때문에 더 힘이 드는 거죠. 차라리 흐렸거나 가랑비가 내렸다면 산행이 훨씬 수월했을텐데요.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계단을 올라서면 능선길입니다.
국망봉은 오른쪽으로 300m를 가야합니다.
그저 주저앉고만 싶은 생각에 비로봉으로 바로 갈까 생각도 들지만, 힘들게 올라왔는데 가 봐야 안되겠습니까?
저 봉우리끝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국망봉
아주 아주 작은 꽃들이 피었습니다. 언뜻 봤을 땐 '봄맞이꽃' 같지만, 이 꽃은 '큰 산장대'입니다.
안개꽃을 연상케하는 이 꽃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봐도 참 예쁩니다. 굳이 오래보지 않아도 사랑스런 꽃입니다.
능선에 올라서면서 철쭉나무들이 군데 군데 보입니다.
이제 막 피는 꽃도 있지만, 대부분은 꽃이 필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철쭉제를 개최할 무렵이면 활짝 필 것 같기도 해요.
국망봉이 보입니다.
13시
해발 1,420.8m의 국망봉.
국망봉은 연화봉과 비로봉 좌우에서, 마주보고 있는 봉우리인데요,
신라가 망하자 마의 태자가 홀로 엄동설한에 베옷 한 벌 입고 소백산으로 들어와, 이곳에 올라서서 신라의 옛도읍 경주를 바라보며 한없이 망국의 눈물을 흘렸다 하여 국망봉이라 불리게 되었다 하죠.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이 고장 선비들이 한양의 궁궐을 향해 임금과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였다는 국망봉(國望峰)
울타리밖에는 쥐오줌풀도 꽃 피었습니다.
한국과 일본, 타이완 등지에 분포하는 쥐오줌풀도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데, 뿌리에서 쥐오줌같은 강한 냄새가 나서 쥐오줌풀입니다.
국망봉은 'BAC 백두대간 인증장소'입니다. 사진 한 장 찍어요.
국망봉에서 둘러앉아 늦은 점심을 먹고
이제 갈 준비를 합니다.
13시 15분이네요.
철쭉 자생지로 국내에서 가장 큰 곳은 소백산 연화봉에 있는 자생지라고 하죠.
풍기군수 시절 퇴계 '이황'은 소백산에 올라, "철쭉꽃이 한창 무르익어 화사하게 흐드러져, 마치 비단 장막 사이를 거니는 듯하다"고 했다 합니다. 그만큼 소백산에 철쭉꽃이 피면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거죠.
소백산 철쭉도 나무굵기로 보면 수령이 꽤 될 것 같습니다. 키를 넘는 희끄무레한 나무들이 다 철쭉이거든요.
철쭉은 진달래과 식물 중 가장 아름답고 기품있는 꽃입니다.
그러나 철쭉과 산철쭉은 진달래와 달리 독성이 있어서, 먹어서는 안 됩니다.
꽃이 예쁘다고 만지지 말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세요.
철쭉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 사람은 접촉만으로도 피부염이 생길 수 있고, 꽃가루도 독성이 있어 알러지를 일으킨다고 하거든요.
13시 20분
다시 갈림길에 왔습니다. 석륜암 절터에서 올라왔던 그 곳입니다.
여기서는 능선을 따라 앞으로 곧장 갑니다.
야생화가 피어있는 천국같이 아름다운 길은 지금부터입니다.
이른 봄에 피어나는 봄맞이꽃 '양지꽃'이 피었습니다.
보기 힘든 귀한 '금강 애기나리'도 피었지요.
진부에서 처음 발견되어 '진부 애기나리'라고도 하는 금강애기나리는, 백합과 애기나리속의 여러해살이풀로 깊은 산에서 자랍니다.
연한 황백색의 꽃에는 자주색의 반점이 있으며, 줄기 끝에 1~2개가 우산모양으로 달립니다.
꽃 끝이 뾰족하며 뒤로 젖혀지는 금강애기나리를, 비로봉 가는 길에 만나게 되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할미꽃도 피었네요.
얼마가지 않아 큰애기나리도 만났구요.
산괴불주머니도
피나물과
참개별꽃
연영초도 만났습니다.
한국의 중부 이북 산지의 개울가에 사는 연영초는, 5~6월에 잎 중앙에서 하나의 꽃대가 올라와 끄트머리에 한 송이의 흰 꽃이 피는데,
식물 전체를 위장약으로 사용하고 관상용으로 심기도 하며, 약으로 썼을 때 '수명을 연장하는 풀'이라는 뜻에서 '연영초'라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삿갓나물도 줄기끝에 쥐똥같은 꽃을 피우고
괭이눈도 노란꽃이 피었습니다.
주로 산 습지에서 자라는 괭이눈은, 4-5월경에 가지 끝에 엷은 황색의 작은 꽃들이 모여서 피어납니다. 열매는 삭과로 둘로 깊게 나뉘어 마치 고양이 눈과 같다고 해서 괭이눈이구요.
양귀비과의 피나물은 줄기를 자르면 적황색 액이 나옵니다.
꽃은 4-5월에 원줄기 끝의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1-3개의 꽃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리고, 꽃잎은 네장으로 짙은 노란색을 띠며 "노랑매미꽃", "하청화" 라고도 불리우는 식물입니다.
소백산은 '야생화의 보고'라 합니다.
소백산을 다니면서 봤을 때, 국망봉과 비로봉 사이의 이 길에 야생화가 제일 많이 핍니다. 축축한 숲 그늘이라 종류도 많구요.
비로봉에서 연화봉으로 가는 길에도 야생화가 많다고 하지만, 여기 이 길보다는 적은 편이죠.
눈개승마도 지금 꽃 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눈개승마는 쇠고기맛과 두릅의 맛이 나는 나물로 '삼나물'이라고 합니다. 3가지 맛이 난다고 삼나물이리고도 하는데, 승마(升麻)는 양기를 상승시키는 삼 잎을 닮은 식물로, 누워있는 개승마라고 해서 눈개승마입니다.
사포닌 함량도 많고 뇌경색, 심근경색에도 좋고 해독, 해열, 지혈작용도 있는 눈개승마는 쇠고기맛 나는 나물이라고 해서 요즘들어 재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요즘에 새벽시장에 나가보면 너도 나도 눈개승마 나물을 팔고 있습니다.
줄딸기도 발그스레 피어났습니다.
사방을 둘러보며 가다보면 산성이 보입니다.
퇴계 이황도 다녀간 소백산성이랍니다.
두루미꽃도 지금 피려고 합니다.
높은 산의 반그늘 습한 곳에서 자라며 '이엽무학초' 라고도 불리우는 두루미꽃은 꽃이 두루미의 머리와 목을 닮고, 마주보기한 양잎은 두루미의 날개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해요.
위의 사진을 보듯이 잎은 광택이 있고 나선형의 선이 여러가닥 그어져 있으며, 소박하면서 단조로운 하얀 색감의 꽃이 피죠. 꽃말은 화려함이라는 군요.
두루미꽃은 울릉도 성인봉 올라가면서 본 이후 소백산에 오면서 보는, 그리 흔한 꽃은 아닙니다.
처음으로 만난 애기괭이밥. 와 ~ ! 이꽃 너무 예뻐요.
어느 꽃치고 예쁘지 않은 꽃이 없지만, 애기괭이밥에 온 마음을 다 빼앗겨버립니다.
깊은 산골짜기 숲속 그늘에 사는 애기괭이밥은 괭이밥중에서 가장 작은데, 하얀꽃이 핀 모습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진짜 예쁘죠?
걷는 내내 길 양쪽편으로 많은 야생화들이 앞다투어 아름답게 피었던 길은 끝났습니다.
산행을 하면서 만나는 야생화들은 잔잔한 기쁨과 즐거움인데, 그 길이 끝났다 생각하니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봉우리 맨끝에 비로봉이 보이네요.
부지런히 가야겠어요.
어의곡 삼거리에 다 와 갑니다.
14시 40분, 어의곡 삼거리
어의곡 삼거리에서 잠시 쉬었다 갑니다.
어의곡 삼거리에서 비로봉까지는 데크길을 걷습니다.
어디에서 올라오든 올라 올 때의 그 힘들었던 기억은, 소백산의 이 완만한 능선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르르 눈 녹 듯 잊어버립니다.
어머니의 품속같이 포근하고 넉넉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곳
멀리 연화봉가는 길의 주목감시초소도 보입니다.
초원의 집 같은, 그냥 그대로가 그림같은 풍경입니다.
14시 50분
드디어 비로봉입니다.
초암사에서 비로봉까지 총 4시간 50분이 걸렸습니다.
정상에서 연화봉가는 길도 보고
14시 55분
늦은 시간이라 산객들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 일행외에 몇명만이 있을 뿐.
비로봉은 'BAC 100대 명산' 인증 장소입니다. 사진을 찍고 가요.
하산합니다.
하산하는 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믄 다믄 피어있는 철쭉꽃을 보며
야자매트 깔린 길과
흙 길의 평탄한 길을 걷는다고는 하지만, 삼가주차장까지 거리는 5.5km 입니다.
무더위에 산을 오르고 내린 탓에, 하산길인데도 다리가 뻣뻣해집니다.
쥐나 날려고 해서 파스를 뿌려봅니다.
16시 05분
드디어 산을 다 내려왔습니다.
그래도 아직 갈길은 멀고, 달밭마을에서 주차장까지는 포장도로를 걸어야 합니다.
달밭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달밭골마을'이라! 이름 참 예쁩니다.
달밭(月田)은 배추밭에서 배추를, 무우밭에서 무우를 뽑듯 달밭에서는 달을 가꾸어 뽑는 곳이랍니다. 달밭골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빛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곳이라는 군요.
16시 25분
정감이 가는 이름 '달밭골'에서 주차장까지 도로옆에는 탐방로가 길 따라 있습니다.
포장도로는 좁아서 혹시라도 차 사고라도 날까 염려되어, 탐방로(人道)를 별도로 만든 것입니다.
비로사까지 왔습니다.
햇살이 환하게 부서지는 비로사 일주문을 쳐다보며, 하산길에는 들려봐야지 맘 먹었었는데 너무도 지쳐서 그냥 지나갑니다.
비로사는 신라 문무왕 20년(680년)에 의상조사가 창건했다는데,
보물 석조아미타불 좌상과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이 있다는데도 그냥 갑니다
길가에 노란 애기똥풀이 방긋 방긋 웃으며 반겨줍니다.
'달맞이길 탐방로'가 끝나도, 데크길은 이어집니다.
노린재나무꽃도 한창입니다.
노린재나무는 가지나 단풍든 잎을 태우고 남은 노란색 재로 낸 잿물을 황회라 하는데, 지치와 같은 천연 염료로 옷감을 노랗게 물들일 때 황회를 매염제로 썼기 때문에 노린재(노란잿물)나무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人道는 야재매트를 깔아서 발이 편합니다. 이 길에 야자매트를 깔 생각을 하다니요!
매트를 깔아서 폭신 폭신한 느낌이 드는, 이런 길을 만든 이에게 무척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16시 45분
야영장까지 왔습니다.
여기 이 야영장에 왔다면 삼가주차장은 지척에 있죠.
'해성농원'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주차장입니다.
저기 봐요. 지붕이 사각으로 반듯 반듯하게 금이 그어있죠?
거기가 삼가주차장입니다.
벽면도 이상한 모습입니다.
특이한 모습에 가까이에서 보니 건물지붕도, 벽도 돌단풍을 키우는 화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특별한 건물은 삼가주차장 화장실이구요.
16시 50분
영주시 산법리 476번지의 삼가주차장에서 소백산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참 힘든 산행이었습니다.
오늘은 13.6km를 걸었습니다. 6시간 50분이 걸렸구요, 평균 2.0km 속도를 걸었습니다.
4년 전인 21년 5월 27일엔 5시간 40분이 걸렸었는데, 1시간이나 더 소요된 걸 생각해보면 바람 한 점 없이 푹푹 찌던 날씨도 날씨지만, 길이 좋은 삼가주차장에서 올라갔었다면 산행이 더 쉬웠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단축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 이 산행코스는 보통 6~7시간 소요되며, 8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는 코스랍니다. 끝.
산행코스 : 초암주차장→초암사→달밭골갈림길→석륜암터→돼지머리바위→비로봉갈림길→국망봉→ 뒤돌아서 비로봉갈림길→어의곡삼거리→비로봉→달밭골마을→비로사→삼가동주차장 (13.6Km, 6시간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