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원주 '치악산'은 연두색으로 물들어 간다.

adam53 2025. 5. 7. 20:31

2025. 5. 6

5월의 첫 산행은 원주 치악산입니다.

새 봄에 찾아가는 치악산이기에 새로운 마음으로 산행합니다.

9시 50분

횡성군 강림면 부곡리, 솔거리마을에서 시작합니다.

회차를 할 수 없는 마을길이기에 버스는 더 이상 진입을 할 수 가 없어, 들머리까지 1.5km 남짓 걸어가야 합니다.

산밑에 보이는 흰색 건물은 폐교.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가 버리고, 젊은이가 없는 곳엔 아이들도 없어 농촌지역 학교들은 폐교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안타까울 뿐이죠.

치악산 등산로는 크게 4개의 코스로 나뉩니다.

구룡사 방면 사다리병창코스와 황골 탐방지원센터, 부곡탐방지원센터 그리고 신림의 성남리 상원사로 올라가 시작하는 능선 종주 코스가 있는데,

치악산을 찾는다면 부곡코스를 추천합니다. 부곡코스는 거리가 짧고 난이도도 낮아서 다른 곳에 비해 덜 힘들거든요.

10시 10분

부곡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합니다.

부곡탐방센터의 '마지막 화장실'앞에서 산행준비를 위한 심호흡을 하고 

비로봉까지는 4.5km.

그 정도 거리니까 부담이 덜 간다지만 그래도 치악산이라, 마음을 다잡고 출발합니다.

5월의 주변은 온통 연두색으로 물들어갑니다.

이제 막 새싹이 돋아나 연두색으로 변하가는 요즈음의 山은, 사계절 중 제일 예쁜 모습을 보여줍니다.

감동스럽기까지 한걸요!

횡성군 강림면을 신라시대에는 각림(覺林)이라 했답니다.

그러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원주군 신림면 강림(講林)이라 했구요.

1905년에는 원주군에서 영월군으로 편입되었다가, 1914년에 영월군 수주면에 편제

1937년엔 수주면 강림출장소, 1963년은 횡성군 안흥면으로 편입 그리고 1989년 안흥면 강림출장소를 강림면으로 승격한 후,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치악산 자락의 강림(講林)은 조선시대 상설 강무장(講武場)이었다죠.

조선시대 횡성 강림(講林)지역은 국왕이 참여한 강무(講武) 행사가 열린 곳이며 원주, 평창, 강릉 등지와 함께 상설 강무장이 설치되어 있었답니다. 태종은 上王이 되던 해듬해 (1419년, 세종 1년)와 1421년 세종 3년에도, 세종과 함께 치악산 일대에서 대규모 강무를 가졌었다고 하는데요.

강무는 왕이 직접 참가하는 군사훈련이면서 사냥을 하는 걸 말하는데, 많게는 5천명 이상의 군사와 1만 여필의 군마가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강무가 시행되는 시기에는 강무장으로 지정된 곳은 수렵이나 개간 등의 활동이 금지되어 백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그 당시 국왕이 함께하는 강무는 백성들에게는 전시효과가 있었다 합니다.

'큰무레골 탐방로'로 갑니다.

1천미터가 넘는 산을 오르지만, 이쪽 길은 가파르지 않아 좋습니다.

게다가 들머리가 500m이니까 아주 수월한 편이죠.

아주 작은 앙증맞은 꽃들이 피어납니다.

순백의 매화말발도리도 꽃이 피고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숲에는 

노란병꽃도 피었습니다.

아! 저 연두색으로 물드는 산과 나무들은 볼 수록 너무 예쁩니다.

치악산의 옛 이름은 적악산(赤岳山)이었습니다. 단풍이 들면 산 전체가 붉게 변한다 하여 적악산이라 한 것이죠.

그러다가 은혜갚은 꿩(雉)의 전설에 따라 치악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합니다.

구렁이에게 잡아먹히려던 꿩을 구해 준 나그네가 위험에 처하자, 그 꿩이 자신을 구한 은혜를 갚아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이 남대봉 '상원사'에 전해 옵니다.

조선 시대에는 '오악신앙'의 하나로 동악단을 쌓고 원주,횡성,영월,평창,정선 등 인근 5개 고을 수령들이 매년 봄,가을에 제를 올렸다고 해요. 또 많은 승려와 선비들의 수련장으로 사찰과 사적이 많아, 한때는 76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사찰들이 치악산에 있었다고 합니다.

11시 05분

모두들 쉬지도 않고 씩씩하게 올라갑니다.

양지꽃이 피었습니다.

치악산은 국립공원이라서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곳곳에 계단을 설치했고, 이정표는 심심찮게 세워두었습니다.

산행하면서 만나는 이정표는 산객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정표의 남은 거리를 보며 기운을 내거든요.

이 계단 끝에는 천사봉전망대가 있습니다.

천사봉전망대에는 앞서 간 산객들이 쉬고 있네요.

우리도 좀 쉬었다 가요.

천사봉은 해발 1,004m라서 천사봉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비로봉의 돌탑 2개가 보입니다.

줌으로 당기자, 미륵불탑이 아주 잘 보이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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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큼 흐린 날이 아니라면 도심 어디에서라도 산을 볼 수 있고, 눈(目) 좋은 사람들은 비로봉에 있는 돌탑을 어렴풋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치악산이 있어서랍니다.

 

어느 정도 쉬었으니 다시 가 볼까나~

천사봉을 지나면서 산길은 유순해집니다.

좀 전의 계곡길을 걷던 것과는 달리 능선길은 동네 뒷산같이 완만한 길입니다.

11시 45분

정상이 멀지 않았습니다.

뾰죽 뾰죽 올라오는 산철쭉 이파리가 무척 귀엽군요.

산이 높아 쉬엄 쉬엄 쉬면서 봄이 더디게 와서, 이제야 잎이 돋아납니다.

막 돋아나는 풀도, 산 아래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11시 48분

첫번째 헬기장을 지납니다.

철도 침목같은 나무계단

비로봉이 1km 남짓 남았습니다.

이 정도의 거리라면 깨금발로 뛰어서 가도 되겠죠?

큰 바위옆을 지납니다.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바위인데, 이쪽 등산로는 그만큼 길이 좋다는 거 아닙니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참진드기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참진드기는 4~5월부터 약충이 활동을 시작해서 6~7월 여름철에 성충이 산란을 하고, 가을철인 9~10월에는 유충이 발생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한다고 해요. 국내에서는 참진드기 중 '작은 소피참진드기'가 가장 많이 서식한다고 합니다.

진드기에 물려 SFTS(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 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에 감염되면 5~14일 이내에 고열과 구토,설사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SFTS는 2013년 국내 첫 환자가 보고돤 이후 2024년까지 총 2,065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 중 381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치명률이 18.5%나 되지만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해요.

진드기 접촉을 막기 위해선 발목이상 높이의 풀밭에 들어가지도 말고, 30분 이상 앉거나 눕지 말아야 합니다.

등산같은 야외활동할 때는 긴옷, 목이 긴 양말, 장갑과 모자등을 착용하고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게 좋고, 집에 오면 샤워를 하면서 진드기가 붙어있는지 살펴봐야 하며, 만약 참진드기를 발견했다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서 잔드기 주둥이부분을 제거하고 2차 감염을 막아야 한답니다.

SFTS는 2009년 중국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답니다. 그리고 2011년 처음으로 감염이 확인된 신종 전염성 질병입니다.

주로 SFTS를 유발하는 바이러스(bunyavirus)에 감염된 진드기가 매개체가 되어 전파되는데, 매개체인 진드기가 활동하는 봄부터 가을까지 주로 발병하는 것이 이 증후군의 특징입니다.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은 유발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림으로써 감염됩니다.

감염자의 혈액 접촉을 통해 감염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답니다.

지금은 산행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봄나들이 하기에도 좋은 계절이지만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산행 들머리에 '해충 기피제' 자동분사기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온 몸에 뿌리고 난 뒤 산행을 하길 바랍니다.

제2헬기장을 지납니다.

2헬기장에는 양지꽃이 무리지어 피었습니다.

 

은방울꽃 새싹도 꽃처럼 피어납니다.

12시 15분

헬기장 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갑니다.

아마도 정상에는 바람이 불 것 같으니까, 바람도 없는 편안한 장소에서 먹고 가자는 군요.

12시 30분

밥도 먹었으니 정상으로 가 봅시다.

마을에는 모란이 지고 작약꽃이 피는 이즈음에, 치악산에는 진달래가 핍니다.

치악산에는 뱀이 많답니다. 뱀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까치살모사가  많이 서식한다고 해요. 산행할 때는 조심해야겠습니다. 어디에서 맞닥뜨릴지 모르니까요.

등산로를 벗어나지 않는 게 젤 좋은 방법이긴 해요.

바윗돌밑에는 산괴불주머니 한포기가 외롭게 피었습니다.

그 옆에는 노랑제비꽃 한송이도 피어, 서로가 의지하고 서로 다독이며 살아갑니다.

이 계단을 올라가면 비로봉.

이제 다 올라왔습니다.

해발1,288m의 치악산은 산림청과 블랙야크, 한국의산하 100대 명산이죠.

'2025 강원20챌린지'에도 들어갑니다.

비로봉 정상에는 바람 한 점 없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산객들도 별로 없습니다.

정상에는 돌탑 3기가 있습니다.

남쪽엔 용왕탑, 가운데는 산신탑, 북쪽엔 칠성탑이 있는데 이 3개의 탑은 원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용창중(용진수)이란 분이 쌓았답니다.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혼자힘으로 3년안에 비로봉 정상에 3기의 돌탑을 쌓으라 하더랍니다.

그래서 용씨는 1962년 9월부터 1964년까지 5층으로 된 돌탑을 쌓았었는데요,

1967년과 1972년에 원인 모를 이유로 돌탑이 무너졌고 이를 다시 복원했었는데, 1994년 이후에는 세차례에 걸쳐 벼락을 맞아 무너진 것을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복원했다고 합니다.

 

비로봉 정상의 조망은 시원스럽습니다.

커다란 산줄기가 정상을 향해 오고있는 듯한 곧은재.

저 멀리엔 향로봉도 보입니다.

남쪽 돌탑

가운데 탑

오늘도 하산은 '사다리병창'길입니다.

계곡길은 落石으로 인해 통행을 제한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 길로 내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12시 55분

계단을 내려가기 직전의 칠성탑

 

계단위에서 내려다 보는 앞산은 연두색으로 물 들어가고 있습니다.

옆으로 눈을 돌리면 산벚나무꽃들이 보입니다.

진달래도꽃 피어서 그림같은 풍경이구요.

길고도 긴, 가파른 계단을 내려갑니다.

사다리병창길은, 가파르고 험한 코스로 유명한 길이죠.

바위모양이 사다리를 곤두세운 것 같다고 하여 ‘사다리병창’이라 하는데,

영서지방의 방언으로 '병창'이란 ‘벼랑’ 또는 ‘절벽’을 말합니다.

험하고 가파른 길이지만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돌계단과 철도침목 계단도 있지만, 대부분의 나무목제 계단은 위에다 폐타이어를 덧입혀서 산객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철제로 만든 울타리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구요.

1973년 치악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경관이 뛰어나며 많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어, 원주시를 포함한 일대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었습니다.

그 후  총면적 182.1㎢이 1984년에 치악산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구요.

꽃처럼 피어 난 산철쭉 새 이파리들.

사다리병창길에 쉼터는 종종 있습니다.

급경사를 내려오느라 바짝 신경을 쓰고 지친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며 쉬어가라고 마련한거죠.

13시 35분

말등바위전망대에 왔습니다.

연두색으로 물든 전망대 앞산을 보면, 눈이 맑아지고 시원해져 옵니다.

산 윗쪽에는 산벚나무 꽃들이 피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오늘도 혼자서 내려옵니다.

길가에 놓인 통나무의자에 앉아 보고도 싶지만,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에 그냥 갑니다.

단풍나무 새 잎도 애기 손처럼 귀엽습니다.

너무나도 여리 여리해서 만져보기도 조심스럽습니다.

14시 05분

여태까지 쉬지않고 왔는데도 절반도 못 왔습니다.

좀 더 부지런히 걸어야겠어요.

드디어 산을 다 내려왔습니다. 휴~

사다리병창길과 계곡길 갈림길까지 왔거든요.

사다리병창길은 여기서 부터 시작입니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70m를 가면 세렴폭포가 있습니다만, 오늘도 세렴폭포를 들려보는 건 생략합니다.

한번도 가 보지않아서 궁금증만 자아내는 세렴폭포.

다음에 치악산을 올 때는 꼭 들려보리라 다짐해 봅니다.

꽃들은 다 예쁩니다.

줄딸기꽃도 예쁩니다.

벌깨덩굴꽃도 예쁘고

줄기끝에 피어난 고추나무꽃도 귀엽습니다.

14시 40분

대곡안전센터까지 왔습니다.

대곡공중화장실 앞에는 작은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를 건너서 가면 구룡사가 있습니다.

치악산을 올 때마다 매번 그 길로 갔었기에, 오늘은 곧바로 직진합니다.

미나리냉이

구룡사길로 내려가면 아무래도 구룡사를 둘러보느라 지체할 것 같아 직진했는데, 나중에는 구룡사를 조금 지나면서 길이 합쳐지네요.

못보던 버섯모양의 카페가 생겼군요.

카페를 지나면 일주문

구룡사의 일주문은 '圓通門'이라 명명했습니다.

이런 일주문 이름을 들어본 적 있나요?

15시 05분

구룡사를 지나 한참을 내려오자 승용차주차장이 있습니다.

이쯤에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15시 18분

승용차주차장을 지나서도 한참을 걸었죠. 너무도 지루한 길을.

지루하고 다리도 아파 터덜 터덜 걸어왔는데 구룡주차장으로 가는 다리가 있군요.

15시 25분

다리를 건너 이 마을에 있는 주차장도 승용차주차장.

대형버스주차장은 이 마을을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있습니다.

출발할 때는 새롭고 상쾌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사다리병창을 내려오며 긴장했던 것 그리고 구룡사를 지나 버스주차장까지 오던 그 길이 너무도 지루하고 지루해서 나중에는 지칠대로 지쳐버린 치악산 산행도 여기서 끝냅니다.

오늘은 13.4km를 5시간 30분 동안 걸었습니다.

평균속도는 2.4km랍니다.

보통사람의 보통속도입니다.

산행코스: 부곡탐방지원센터 - 큰무레골 - 천사봉전망대 - 비로봉 - 사다리병창길 - 구룡사 - 대형버스장주차장(13.4km, 5시간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