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춘천 삼악산, 세개의 봉우리로 가는 길

adam53 2025. 4. 18. 04:18

2025. 4. 15

춘천 삼악산을 갑니다.

산불예방기간이 해제되지 않은 요즘에는 갈 수 있는 산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삼악산의 그 후덜덜거리고 짜릿하던 산길이 눈에 아른거려 춘천으로 갑니다.

10시 35분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강촌교 부근에 하차했습니다.

그리곤 저기 보이는 푸른색의 육교를 건너갑니다.

육교를 건너 왼쪽으로, 그다음엔 오른쪽에 보이는 산으로 올라가요.

들머리에 접어든 시각은 10시 40분

처음부터 빡세게 산을 오릅니다.

여기는 그 어느 산보다도 더 힘들게 올라야 하죠. 진짜로 빡센 오르막입니다.

두어해 전 지금의 이 코스 그대로 용화봉까지 간 적이 있었지만, 그때처럼 시작하자 마자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숨이 턱까지 차 오네요.

이 오르막은 온 몸의 진이 다 빠져버릴 정도로 힘들고 또 힘든 구간입니다.

11시 10분

너무도 힘드니까 쉬어가라고 만든 벤치에 앉아 잠시 숨 좀 고릅니다.

삼악산 용화봉을 가는 길은 세개가 있습니다.

의암매표소에서 상원사, 등선폭포에서 흥국사 방향, 그리고 지금 강촌교에서 삼악산으로 가는 이 등산로는, '춘천산악구조대'에서 자율관리 지정한 등산로입니다.

삼악산은 의암호와 북한강을 끼고 솟은 산입니다.

그리고 주봉인 용화봉(654m)과 청운봉(546m), 등선봉(632m), 총 3개의 험준한 봉우리로 이뤄져 있어 삼악산이라 하죠.

삼악산(三岳山)은, 1973년 7월 31일 '춘천 삼악산'이라는 명칭으로 강원특별자치도의 기념물 제16호로 지정되었답니다.

11시 25분

겨우 700m를 올랐는데 체력이 다 소모되었습니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용화봉까지 갈까 은근히 걱정이 되는군요.

오늘 걷는 이 등산로 그러니까 강촌교에서 등선봉까지 가는 길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낭떠러지와 암봉과 날카로운 바위사이로 걷는 그런 길입니다. 그대신 수려하고 멋진 풍광을 보며 갑니다.

이 우람한 바위를 보면 기가 죽는 것 같군요.

길이 험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길.

그래서 등산로도 뚜렷하게 나 있지않아, 희미한 길을 찾아서 가야 합니다.

전에 왔었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진달래꽃과 소나무사이로 갑니다.

뚜렷하지 않지만 등산로가 보이죠? 강촌교에서 등선봉으로 가는 길은 이렇습니다.

이정표를 잘 보고 가야해요.

이리저리 둘러보면 밧줄 매어놓은 게 보이고

밧줄이 있는 곳이 등산로입니다.

여늬 산의 바위들은 둥글 둥글한 반면, 삼악산의 바위들은 날카롭습니다.

마치 깨진 유리조각처럼 삐죽 삐죽해서 발 디딛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다치기 쉽상입니다.

눈 앞에 보이는 돌산.

이 산을 넘어가야 해요.

삼악산을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규암의 일종으로, 약 5억 7000만년 전 ~ 25억년 전에 퇴적된 사암(砂岩)이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생성된 변성암이랍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조금 험상궂은 모습을 하고 있죠.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내딛고

한눈 팔지도 말아야 해요.

그러나 이런 험한 길이 산행하는 재미이기도 합니다.

이름 그대로 세개의 악산(岳山)을 넘고 넘는 즐거움이기도 하죠.

아찔하면서도 짜릿 짜릿한,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있는 길

전망 좋은 곳에 왔습니다.

산과 산 사이로 굽이돌아 흘러가는 강과, 푸르러가는 소나무

방금 지나왔던 봉우리

옹기종기 모여사는 마을도 보입니다.

삼악산에는 이제야 진달래가 핍니다.

산밑 마을에는 봄이 온지도 오래.

진달래, 개나리, 살구나무, 벚꽃도 진작에 피었다가 져버렸는데 여기는 봄이 늦게 찾아왔습니다.

아마도 북쪽에 있기에, 남쪽보다 봄이 더디게 오는가 봅니다.

밧줄 왼쪽은 까마득한 낭떠러지

험준한 바위를 돌고 돌아

삼악산을 산행하는 것 그것은 곧 모험입니다.

팽팽한 긴장속에서 산행하고 싶은 이 들에게는 이 길이 딱이겠죠?

용화봉까지 다 가도 좋고, 아니면 등선봉과 대궐터를 지나 흥국사, 등선폭포로 내려가도 좋구요.

스릴넘치는 이 길은 등선봉까지 입니다.

여기가 이 구간의 백미(白眉)이구요.

이제 암봉 구간은 끝났습니다.

간혹 발끝에 채이는 그리 크지않은 돌맹이들이 있지만, 지금부터는 육산입니다.

12시 34분

등선봉에 왔습니다.

여기까지 2시간이 걸렸습니다. 겨우 1.8km를 걸었을 뿐인데 말이죠.

12시 50분

등선봉 정상석 바로 아래,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을 먹고 일어섭니다.

600m 남짓하지만 뾰죽하게 솟은 봉우리라서 제법 가파릅니다.

13시 10분

삼악산성이 보이네요.

삼악산성은 청운봉에서 용화봉으로 가는 길에 많이 남아 있드군요.

삼악산성지(三岳山城址)는 춘천시 서면에 있는 산성지입니다. 이 산성지는 1984년 6월 2일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50호로 지정되었다고 하는데요,

삼악산성은 삼악산의 능선 계곡 왼쪽 정상을 따라 쌓은 성입니다.

삼악산은 춘천-서울간 역로(驛路)였던 곳으로, 석파령을 내려다보는 곳에 천연의 험준한 산세를 이용하여 마주보고 있는 두 정상의 능선을 따라 산성을 쌓았죠.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철원에서 왕건에게 패하고, 샘밭 삼한골을 거쳐 이곳에 성을 쌓아 피신처로 이용했다는 설과, 삼국시대 이전에 춘천지역에 있던 부족국가 '맥국(貊國)' 사람들이 쌓은 성이라는 설도 있답니다.

청운봉까지 가지 않고 등선폭포로 빠지려면, 대궐터를 지나 여기 이 이정표가 가르키는대로 흥국사로 내려가면 됩니다.

아니면,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이 가파른 산길을 내려와 조금 평평한 능선에 와도, 흥국사로 내려가는 두번째의 길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그리로 가도 되죠.

내리막길은 형편없으니까 조심 조심

이 소나무숲길 가기 직전에 오른쪽을 보면 흥국사로 내려가는 2번째의 길이 있습니다만, 유심히 봐야합니다.

'저게 길일까' 싶은 길 이거든요.

소나무숲을 지나 앞산을 오르면, 안내판이 뜯겨나간 이정표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산적'이라고 쓴 글이 흐릿하게 보이는데요,

길이 험하다보니 장비를 들고와서 이정표를 정비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않아 그냥 방치하는가 봅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서너차례 쉬면서 올라 온, 산봉우리에 돌무더기가 쌓인 여기는 청운봉입니다.

13시 40분.

등선봉에서 1시간 가량 걸려서 도착했네요.

546m의 청운봉은 이 돌무더기가 정상석을 대신합니다.

청운봉에서 1.6km를 가면 가평과 서울을 왕래하던 석파령이 있습니다.

석파령은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서 그냥 패스 ~

벌써 지칩니다.

청운봉에서 1.1km 거리의 용화봉으로 가려면 아직 한참을 더 가야하는데, 강촌교에서 등선봉, 청운봉, 용화봉까지의 거리는 사실 얼마되지 않는 거리이지만,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다보니 지칠대로 지쳐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청운봉에서 용화봉가는 길은 산성길입니다.

산성의 길이는 약 5km로, 성벽은 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길게 뻗어 자연석을 이용하여 자연 지형에 따라 높이 1∼3m로 쌓았습니다.

성 주변에서는 그릇조각과 기와조각도 많이 발견되었고,

흥국사, 망국대, 대궐터, 기와를 굽던 ‘와대기’ 등의 지명이 현재에도 남아 있습니다.

커다랗고 비스듬한 바위 위로 전망좋은 곳이 있어 올라가 봅니다.

우리가 가야 할 용화봉도 보고, 

소나무와 바위곁에 피어 난 진달래꽃도

뒤돌아서서 산성(山城)도 카메라에 담습니다.

삼악산성은 내성과 외성으로 나뉘어 있는데, 내성의 둘레는 약 2km 정도이며 외성은 약 4km된다고 해요.

'내성(內城)'은 삼악산 정상 서남쪽 봉우리(632m)를 중심으로 동남쪽 공간에 축조되었는데, 대궐터가 그 중심이며 '외성(外城)'은 삼악산 정상의 서남쪽 공간을 둘러쌓았다 합니다.

삼악산성(三嶽山城)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보존이 잘 되어있는 편이구요.

14시 14분

용화봉이 650m 앞에 있어, 온 힘을 내어봅니다.

지그재그로 낸 밧줄길도, 오늘 와 보니 길을 곧게 만들었기에 조금 덜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 이리저리 갈 지(之)자로 만든 길은, 보기만 해도 기운이 다 빠지는 것 같았거든요.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왼쪽에 용화봉이 보입니다.

14시 30분

드디어 용화봉입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 50분이 걸렸습니다.

바로 앞에 '삼악산 호수케이블카정류장' 뒷편의 산이 보이는 군요.

오른쪽으로는 중도와 붕어섬도 보입니다.

용화봉은 'BAC 명산 100' 인증장소이며, '2025 강원20챌린지' 인증장소이기도 하죠.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는 岩峰위의 정상석.

이젠 하산합니다.

하산은 등선폭포 방향.

부지런히 걸어 '큰 초원'에 다달았습니다.

5시간 주어진 하산시간을 맞추려면, 쉼터에 앉아 쉴 시간도 없습니다.

큰초원을 지나면 '333개의 계단'을 만나게 되죠.

넓직 넓직하고 납작한 돌로 만든 계단이지만, 각별히 조심해서 내려갑니다.

지쳐있는 상태에서 자칫하다가는, 발목을 접지를 수 도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사고는 하산길에 많이 납니다.

'작은 초원'도 그냥 지나칩니다.

아무리 바쁘다 해도 '흥국사'는 들려보고 가야죠.

흥국사는 궁예가 왕건을 맞아 싸운 곳으로터가 함지박처럼 넓으므로 궁궐을 지은 뒤 후고구려의 흥함을 위해 흥국사를 지었다고 해요.

야사(野史)에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 궁예는 신라 헌안왕과 후궁의 소생이었는데, 태어날 때 이(齒)가 나 있어 국운이 다할 징조라 왕이 죽이라고 했는데, 유모가 떨어지는 궁예를 받다 그만 눈을 찔러 애꾸눈이 되었답니다.

후일 양길의 부하로 들어가 후고구려를 건국할 때까지 넓은 영역을 차지하지만, 말기에는 스스로 미륵불이라 하여 폐단을 일삼다 왕건에게 쫓겨나고, 

쫓겨난 무리들과 함께 삼악산에 산성을 쌓았다고 하죠.

삼악산성은 부족국가인 맥국(貊國) 사람들이 쌓은 성이라는 설도 있지만, 흥국사의 유래와 대궐터, 와데기 등의 지명(地名)을 보면 궁예가 쌓았다는 說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15시

흥국사를 떠나면서 절 앞의 샘물 한바가지 마십니다.

물 마실 시간도 아껴가며 걸었었기에, 절에서 마시는 샘물은 감로수마냥 달고 시원하고 아주 맛있습니다.

 

'노인봉 털보매점'은 흥국사 바로 아래에 있는 허름한 건물입니다.

과거엔 이 매점에 음악을 짱짱 울리도록 틀어놓아 손님을 불러모았지만 이태 전, 지게에 생필품을 지고 힘겹게 올라오는 '주인장'을 봤을 때 더 이상의 매점 운영은 힘들겠더라구요.

'털보네 매점'앞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대궐터로 가고 또, 청운봉으로도 갑니다.

아까 청운봉으로 가면서 '흥국사로 내려가는 길' 바로 그 길이 되는거죠.

모든 꽃들은 다 예쁩니다.

매미꽃이라고 불리우는 노란 '피나물'도

'현호색'도

오래 보지않아도, 또 자세히 보지않아도 예쁘기만 합니다.

등선폭포가 가까워져 오는군요.

계단 바로 옆의 주렴폭포도

비룡폭포 물줄기도 시원스레 쏟아져 내립니다.

깨끗하고 순결해 보이은 매화말발도리.

등선제1폭포 전망대에서 협곡을 내려다 봅니다.

규암의 절리에 의해 만들어진 좁고 깊은 협곡은, 가파르고 날 선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어 다른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들 정도죠.

 그 누구라도 이 협곡에 들어서면 '와 ~' 감탄하게 만드는 등선폭포 주변.

산 중턱 바위위의 '금선사'는 쳐다보는 걸로, 들려보는 것을 대신합니다.

15시 33분

등선폭포주차장에 다 왔습니다.

북한강을 끼고 솟은, 험하고 가파른 세개의 산봉우리를 찾아가던

춘천의 풍광 좋은 삼악산 산행도 여기서 끝내야 겠습니다.  

15시 35분

오늘은 8km 남짓 걸었습니다.

5시간 가량 소요되었구요, 평균속도는 1.8km였습니다.